군(軍) 훈련장이 산재한 경기북부지역에서 불발탄이 외부로 유출돼 폭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전 9시20분경 경기도 양주시 은현면의 한 민가 창고에서 4.2인치 박격포탄이 폭발해 집주인 민모 씨(52) 쌍둥이 형제 2명이 손가락이 절단되거나 다리에 파편상을 입었다.
경찰 조사결과 사격장에서 주워 온 박격포탄을 고물상에 팔려고 절단 작업을 하다가 폭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하루 전인 28일 오전 10시경 파주시 무건리훈련장 포 사격장에 들어갔다가 4.2인치 박격포탄 3발과 155㎜ 고폭탄 9발 등 무려 12발을 주워 나왔다.
민 씨는 경찰에서 "직업이 없는 동생을 위해 쌈짓돈을 벌려고 불발탄을 가져와 절단하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진술했다.
그나마 민 씨 형제는 뇌관이 있는 포탄 뒤 부분이 아니라 앞부분을 잘라 내려다가 폭발해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폭발 사고는 4월 9일 포천에서도 발생했다. 이날 오후 5시35분경 포천시 내촌면의 한 고물상에서 유탄발사기용 40mm 고폭탄이 터져 근로자 1명이 숨지고 주인 등 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출동한 허모(51) 소방장은 구조작업을 벌이던 중 2차 폭발로 부상을 입었다. 허 소방장은 지금까지 복직을 못하고 있다.
이들 역시 군 훈련장에서 갖고 나온 고폭탄에 장착된 구리를 분리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고물상에서는 포탄 4발과 연습탄 6천발 등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양으로 보아 단순히 주운 것인지, 통째로 훔친 것인지 아리송한 대목이다.
이들이 드나든 훈련장은 민간인 출입이 엄격히 금지된 곳이다. 출입로와 피탄지 등 곳곳에 경고판과 철조망 등이 설치돼 있다. 상주 관리관과 인근 부대에서도 하루 두 차례 이상 순찰한다.
그러나 곳곳에 불발탄 등이 묻혀 있어 훈련장은 위험성이 높은 지역이다. 통상 훈련 부대에서 불발탄을 직접 회수하기 어렵기 때문에 불발된 포탄 등이 피탄지에 그대로 있기 십상이다. 불발탄, 연습탄 등은 뇌관을 건드리거나 절단하지 않아도 외부 자극만으로 폭발할 수 있기 때문에 군 폭발물처리반(EOD)이 상시적으로 제거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문제는 원칙과 달리 주민 출입이 너무 쉽다는 데 있다. 마음만 먹으면 산길이나 구멍 등으로 들어가 도토리를 따거나 탄피, 불발탄 등을 주울 수 있다.
민 씨 형제도 군부대 훈련이 없는 휴일을 택했다. 좁은 비포장도로를 달릴 수 있는 4륜 오토바이를 이용했다. 누구한테도 제지받지 않고 자유로이 드나든 것으로 조사됐다.
군(軍)의 한 관계자는 1일 "훈련장 외곽 전체에 철조망을 치거나 상시적으로 초병을 세우지 않는 이상 철통 감시는 사실상 어렵다"고 토로했다. 무건리 훈련장 면적은 여의도의 10배가 넘는 3070여만㎡에 이른다.
이 관계자는 "주민 스스로가 훈련장 무단 출입을 자제하고, 폭발물을 외부로 유출하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군은 4월과 9월에 경기북부지역 고물상에 폭발물 회수와 관련한 홍보를 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폭발물을 발견하면 대응하는 방법을 알렸다.
그러나 폭발물 수거를 직업으로 삼을 정도로 훈련장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까지 들리는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인근 주민들의 지적이다.
육군 1군단의 한 관계자는 "폭발물 매매는 불법일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생명에도 위협이 된다"며 "훈련장 무단출입을 자제하고 폭탄 발견 시 헌병대나 112에 즉각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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