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숨진 중증장애인 노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 100여 명이 30일 서울 종로구 율곡로에서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이들은 26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 자신의 집에서 혼자 잠을 자다 화재로 숨진 뇌성마비 중증장애인 김주영 씨 노제를 광화문광장에서 지낸 뒤 보건복지부로 행진했다. 이들은 “뇌성마비 최중증장애인인 김 씨가 월 360시간의 활동보조제도를 이용했지만 결국 활동보조인이 없는 사이 불이 나 대피하지 못하고 사망했다”며 “최중증장애인에게는 하루 24시간 활동보조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최근 한 지체장애인 여성이 집에서 화재로 사망한 데 이어 이번에는 부모가 일을 나간 사이에 단둘이 집을 지키던 뇌병변 1급 장애 소년과 누나가 화재로 중태에 빠지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29일 오후 6시 5분경 경기 파주시 금촌동 D아파트 14층의 한 가정집에서 불이 나 집 안에 있던 박모 양(13)과 뇌병변 1급 장애를 가진 남동생(11)이 유독가스에 질식돼 중태에 빠졌다. 불은 이웃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20여 분 만에 꺼졌다. 하지만 남매는 미처 집을 빠져나오지 못했고 소방관들이 도착했을 때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다. 병원으로 이송된 남매는 현재까지 깨어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동한 소방관이 안방으로 진입했을 때 박 양은 문을 향해 엎드려 있었고, 동생은 그 발밑에 반듯이 누워 있었다. 집 안에는 불에 탄 고구마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사고를 조사 중인 파주경찰서 관계자는 “누나가 탈출하지 못하고 있는 동생을 끝까지 지켜주다가 함께 화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남매의 부모에 따르면 박 양은 일반 중학교 진학에 문제가 없었지만 “옆에서 동생을 돌보고 싶다”며 남동생이 다니는 S특수학교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머니 김모 씨(43)는 “딸이 혼자서는 대소변을 가리기 힘든 동생을 위해 언제나 곁을 지키며 손을 꼭 붙들고 다녔다”며 “아빠 엄마가 일을 나가 있을 때가 대부분이라 딸이 동생에게 손수 밥을 떠먹여 줬다”고 말했다. 화재가 난 이날도 아버지는 공장으로, 어머니는 떡집으로 출근해 일하는 동안 박 양 혼자 동생을 돌보던 중이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집 안에 있던 전자레인지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발화 원인을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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