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취업 내비게이터]‘맞춤형 취업지원’대학, 희망을 가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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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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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최대 컨벤션사업센터인 COEX에 취업한 김수범 씨(27)의 대학 전공은 아동가족학과다. 호텔 관련 학과 출신들도 고배를 마시는 COEX 입사 관문을 넘은 김 씨의 비결은 학교의 전폭적인 진로 지도다.

경희대 아동가족학과 신입생 시절 보육원에 견학을 간 김 씨는 아이들이 자신의 얼굴을 보자마자 울기 시작해 충격을 받았다. 그는 “어린아이가 그렇게 서럽게 우는 건 처음 봤다. 내가 이 전공과 맞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전공을 고민하던 김 씨는 우연히 컨벤션경영학과 MT를 따라갔다. 그 뒤 1학년 2학기부터는 아예 컨벤션경영학과로 전과했다. 개개인의 특성을 살리도록 폭넓게 열린 학사관리 시스템 덕분에 김 씨는 전공을 바꿀 수 있었다.

고교시절까지 부산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던 김 씨에게 학교 국제교류처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더 넓은 세상을 보여줬다. 좋은 아이디어를 내면 미래문명원에서는 해외탐방 비용을 지원해줬다. 4학년 2학기, 취업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매일 취업진로지원처를 찾았다. 토익 스피킹과 MOS(마이크로소프트 공인인증평가) 강좌를 무료로 듣고, 취업 카운슬링과 자기소개서 첨삭 도움을 받아 COEX 취업의 관문을 뚫을 수 있었다.

○ 미래까지 책임지는 대학

청년 실업, 특히 대졸자 이상의 고학력 실업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면서 대학이 재학생의 취업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신입생 때부터 진로 탐색은 물론이고 학교와 교직원의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현장 체험 기회를 준다. 저학년 학생을 위해 적성검사나 진로탐색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것은 이제 기본이다. 취업에 도움이 되는 교과목을 개발해 별도의 인증제를 활용하는 대학도 늘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은 졸업생에게도 취업에 필요한 외국어, 직무 능력, 면접 기술 등 실질적인 취업 기술을 알려준다. 대학이 학생의 미래까지 책임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정부가 대학 평가에서 졸업생 취업률을 주요 지표로 삼는 것도 대학을 변화시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학이 교육이 아닌 취업 기관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서울 한 사립대의 취업지원센터 팀장은 “대학이 취업에 얼마나 신경을 쓰느냐에 따라 재학생의 미래가 많이 달라진다. 특히 졸업생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학교는 눈에 띄게 취업률이 올라간다”며 “요즘은 기업에서도 어느 대학이 어떤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하는지 신경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 다양해진 지원 프로그램


대학이 막연히 토익 강좌나 면접 특강을 열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 사회가 원하는 인재가 특화됨에 따라 대학의 취업 지원 시스템도 맞춤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각 대학 취업지원센터는 학생의 개성을 살리는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속속 개발하고 있다.

대학은 학생의 희망 진로에 따라 고시 준비생, 대기업 준비생, 외국계 기업 준비생, 창업 준비생 등 다양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최근 기업의 인재 선발 트렌드가 직무중심형으로 바뀌면서 이를 반영한 취업 지원 프로그램도 늘어나고 있다. 학교가 인사, 경영, 마케팅 등 직무별로 전문가를 초빙해 학생들의 취업 준비를 지도하는 시스템이다. 대기업 인사 담당자나 현업에서 뛰고 있는 동문들을 멘토로 활용하는 것도 유행이다. 단순히 강의를 하는 것을 넘어 실무 훈련을 시키고, 프레젠테이션 심사를 해주는 방식이 정착돼 가고 있다. 이런 훈련을 받은 학생은 면접 단계에서 확실히 두각을 보인다는 것이 인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예전에는 대학 졸업자의 취업률이 학교의 명성이나 학과의 특성에 따라 좌우됐지만 최근에는 학교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취업을 지원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기업의 인사 담당자와 협력해 재학생 단계부터 인턴십을 통해 직무 역량을 키워주는 시스템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학교와 특정 기업이 협약을 맺어 학생들이 몇 달씩 인턴십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특히 효과적이다. 인턴십 기간 동안 실무 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당 기업에서 신입사원을 뽑을 때 인턴 경험이 있는 학생들에게 유무형의 가산점을 주기 때문이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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