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 등 경제자유구역에 투자개방형병원(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모두 마련됐다. 2002년 정부가 영리병원 도입을 위한 법적 근거를 처음 마련한 지 장장 10년 만의 일이다.
25일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경제자유구역에 들어설 수 있는 영리 의료기관의 외국면허소지자 비율, 정부의 세부 허가절차 등을 담은 시행규칙을 법제처의 심사를 거쳐 다음 주에 공포하기로 했다.
시행규칙은 경제자유구역에 병원을 세우려는 외국투자자들이 미리 사업계획서를 정부에 제출해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사전심사제를 명문화했다. 병원 설립에 대규모 투자자금이 필요한 점을 감안해 투자자들의 투자위험(리스크)을 줄이고 인·허가 절차도 빠르게 진행하겠다는 의도다. 또 전체 의사 중 10% 이상, 진료 과목당 1명 이상을 외국 면허 소지자로 배치해야 한다는 인력구성 기준도 넣었다.
정부 관계자는 “영리병원은 비록 국내 건강보험 적용은 안 되지만 내국인을 치료하지 못한다는 규정은 없다”며 “따라서 비싼 돈을 내서라도 치료받고 싶은 국내 환자들이 있다면 외국 영리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김대중 정부 시절이던 2002년 경제자유구역법을 제정하면서 영리병원 도입을 추진해왔지만 그 후 지금까지 10년간 한 곳의 외국병원도 유치하지 못했다. 설립 및 운영 규정이 까다롭고 모호한 데다 도시 기능이 갖춰지지 않은 경제자유구역 내에서 수익성을 우려한 외국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렸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이해집단, 일부 시민단체 등의 격렬한 반대도 영리병원 도입의 걸림돌이 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4년 외국인만 치료할 수 있게 한 법령을 바꿔 영리병원의 내국인 진료를 허용했고, 2007년에는 국내 비영리법인이 외국자본과 합작해 병원 설립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관련 규제를 조금씩 풀었다. 또 미국의 뉴욕장로병원, 존스홉킨스병원 등과 실제 투자유치 협상에 나서면서 1호 영리병원 설립이 가시화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들 협상은 미흡한 세부규정과 국내 의료계의 반발 등으로 모두 무산 또는 보류됐다.
재정부 관계자는 “시행규칙의 공포로 영리병원을 위한 실질적인 제도는 모두 구비됐다”며 “이제 인천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얼마나 의지를 갖고 땅을 마련해 투자를 이끌어낼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유치하며 국제도시의 기반을 마련한 송도에 조만간 첫 영리병원이 들어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도 송도의 외국인 정주여건 개선 등을 내용으로 한 후속조치 마련에 착수했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외국인 상주인력과 방문자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교육과 의료, 쇼핑, 여가, 금융 등의 인프라 구축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