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지사 보궐선거에 나선 새누리당 후보들이 당대표를 지낸 홍준표 후보의 ‘도청 마산 이전, 진주 제2청사 건립’ 발언에 대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일부에서는 “들어볼 가치도, 생각할 가치도 없는 이야기”라는 혹평도 나왔다. 그러나 이 같은 집중포화에도 홍 후보는 25일 도청의 마산 이전 필요성을 거듭 주장했다. 통합창원시 초대 시장이자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것으로 알려진 박완수 후보를 집중공격하면서, 정치쟁점화를 통해 자신을 부각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홍 후보는 24일 기자간담회에서 “통합창원시는 청사 위치 선정을 둘러싼 갈등이 심각하다”고 전제하고 “(갈등 해소를 위해) 과거 전국 7대 도시였던 마산으로 경남도청을 이전하고 서부경남 중심도시인 진주에 도청 제2청사를 건립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진해지역 주민들이 대학캠퍼스 유치를 희망하는 만큼 의과대학을 가져오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도청 이전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지 않느냐”는 기자 질문에 “인구 110만 명으로 광역시에 버금가는 창원에 시청과 도청이 같이 있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홍 후보가 말하는 마산 이전은 창원시 마산회원구나 마산합포구로 청사를 옮기는 것이다. 도청이 있는 창원시 의창구에서 동일한 시의 다른 구(區)로 이전하는 셈이다. 그는 “단순한 득표 전략이 아니며 경남 전체의 발전전략”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자들이 구체적인 예산조달 방안 등을 따지자 “왜 시비를 하느냐”며 간담회를 끝내버렸다.
고성군수인 이학렬 후보는 25일 기자회견에서 “경남은 내년 초긴축예산을 편성하고 경상경비와 지출을 최대한 줄여야 할 정도로 최악의 경제위기”라며 “지금은 청사 문제를 거론할 시기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홍 전 대표의 발언은)오직 표만을 의식해 경남을 더 어지럽히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충남도청을 대전에서 충남 홍성으로 옮기는 데는 4700억 원. 경북도청을 대구에서 안동으로 이전하는 데는 4100억 원 정도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부 차관을 지낸 하영제 후보는 “마산 주민 표를 의식한 발언으로 옳지 않은 말”이라며 “통합창원시 청사를 마산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창원시장인 박완수 후보도 “창원 마산 진주 등 유권자가 많은 지역에서 표를 얻고 보자는 얄팍한 꼼수”라며 “지역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는 포퓰리즘 공약은 삼가라”고 요구했다.
학계와 시민단체, 여론조사기관 반응도 부정적이다. 지방자치분야 권위자인 경상대 김영기 명예교수(행정학)는 “품격 없는 ‘잔챙이 리더십’의 전형을 보는 것 같다”며 “(새누리당 주도로) 통합창원시를 출범시켰으면 물리적 통합에 이어 화학적 통합을 위해 지도층이 노력해야지 자극적인 공약으로 표를 노려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한 시민단체 대표는 “도청 이전에 대한 도민 요구가 거의 없고, 도민 전체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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