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中어선, 어획량 꼼수 딱 걸렸어”

  • 동아일보

허가된 양보다 많이 잡으려 한국 측 EEZ서 잡은 고기 중국서 잡은걸로 허위 기재
담보금 각 2000만원 부과

20일 오후 1시 반경 전남 신안군 대흑산도 북서방 101km 해상. 농림수산식품부 서해어업관리단 어업지도선이 한국 측 서해바다 배타적경제수역(EEZ) 18km 지점에서 중국어선 노영어 2955호(218t급)와 2956호를 나포했다. 두 어선은 나포 직전에 한국 측 EEZ로 들어왔다. 두 어선은 어망을 끌고 가며 물고기를 잡는 중국식 어구법인 쌍타망(雙拖網·쌍끌이 저인망)으로 조업하고 있었다. 한국 측 EEZ에서 조업기간 6개월 동안 허가받은 어획량은 96t이었다.

단속반원들이 이 배들의 조업일지를 살펴보니 중국 측 EEZ에서 멸치 20t을 잡았다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단속반원들이 어선 창고에 실려 있는 멸치를 확인해보니 17t에 불과했다. 두 어선이 실제 잡은 멸치보다 3t을 더 잡았다고 부풀려 적은 것이다.

두 어선은 새로운 꼼수를 썼다. 중국 측 EEZ에서 더 잡은 것처럼 어획량을 부풀려 기재한 뒤 한국 측 EEZ에서 허가된 양보다 더 많은 물고기를 잡기 위한 속임수다.

두 배의 선장 왕모(38) 우모 씨(33)는 조사과정에서 “어족 자원이 풍부한 한국 측 EEZ에서 더 많은 고기를 잡기 위해 조업일지를 허위로 기재했다”고 토로했다.

서해어업관리단은 왕 씨 등 2명을 EEZ에서의 외국인 어업 등에 대한 주권적 권리의 행사에 관한 법률(일명 EEZ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24일 밝혔다. 서해어업관리단은 왕 씨 등에게 각각 2000만 원의 담보금을 부과했다.

서해어업관리단은 한국 측 EEZ에서 조업허가를 받은 중국어선 1600여 척 가운데 상당수가 잡은 물고기량을 속이는 신종 꼼수를 부리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서해어업관리단은 불법조업 담보금이 인상되고, 담보금 미납 때 법원이 노역비를 1일 5만 원 정도로 환산해 노역기간이 늘어나는 등 한국이 강경 대응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법조업을 포기하는 중국 어선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중국 어선들은 단속에 대항하기 위해 배에 쇠꼬챙이를 꽂는 등 폭력적인 저항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해어업관리단은 올해 불법조업 중국어선 132척을, 전남 목포해양경찰서는 136척을 각각 붙잡았다. 서해어업관리단은 조업일지 허위기재 등 제한조건 위반을, 목포해경은 무허가나 영해침범 등을 주로 단속하고 있다. 서해어업관리단 관계자는 “조업허가를 받은 중국어선 가운데 한국과 중국 EEZ를 오가며 어획량을 속이는 새로운 꼼수가 등장해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전남#서해#배타적경제수역#중국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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