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혁 실종사건’ 경찰수사 허술 비난 고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3일 15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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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잠적에 따른 3개월간 공권력 낭비…책임묻지 않고 귀가조치

삼부파이낸스 양재혁 전 회장(58)의 실종사건이 '자작극'으로 드러난 가운데, 경찰이 양 씨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귀가조치 시켜 비난이 일고 있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22일 오후 5시 25분께 시민의 제보를 받고 부산 대연동의 한 커피숍에 있던 양 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양 씨를 상대로 그동안의 행적 등을 조사한 뒤 납치·감금된 사실이 없고, 실종신고 대상이 발견됐다는 이유로 오후 9시께 바로 귀가조치 시켰다.

양 씨는 경찰에서 그동안의 잠적 이유에 대해 "가족들이 실종신고를 하게 되면 경찰이 잠적한 삼부파이낸스 정산법인 대표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그의 행방을 찾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삼부파이낸스의 남은 자산을 관리하는 정산법인 대표는 하모 씨(63)로 지난해 11월 이 법인에 대한 부산지검의 수사 당시 잠적했던 인물이다. 양 씨는 그동안 삼부파이낸스 은닉재산을 되찾기 위해 하 씨를 찾아 다녔다.

양 씨는 실종 직전 집을 나설 때도 "하 씨를 만나기 위해 속초로 간다"는 말을 남겼고, 가족들도 실종 신고 당시 "하 씨를 만나러 나간 뒤 연락이 끊겼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결국 양 씨가 하 씨를 찾기 위해 고의로 잠적한 것이 분명한데도 경찰은 형사입건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경찰은 "실종신고는 사실로 보여 지고, 이후 일부러 잠적한 것으로 판단되지만 미필적 고의로 볼 수 없어 형사입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7월 19일 양 씨 동생의 신고로 시작된 양 씨 실종사건은 3개월간 적지 않은 공권력 낭비를 가져왔다.

수사 초기에는 그의 행적을 찾기 위해 수많은 CCTV 등을 검색했고, 제보전화가 있을 때마다 사실 확인에 들어가는 등 인력이 낭비됐다.

더구나 양 씨가 하 씨의 검거를 위해 고의 잠적해 경찰력을 사적인 것에 사용했다. 그러나 경찰은 공권력 낭비에 따른 공무집행방해죄 적용은 물론 경범죄 처벌도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지역에서는 "양 씨에 대해 경범죄 처벌 등 어떤 형태로든지 책임을 묻지 않을 경우 경찰력을 사사로이 이용하는 사례가 빈발할 수 있다"며 "경찰은 실종신고 진위부터 다시 밝히고, 고의잠적에 대한 공권력 낭비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도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사건을 너무 안이하게 처리한 것 같다"며 "3개월 동안 경찰을 갖고 돈 인물을 그냥 귀가 조치한 것은 납득이 안 간다"고 지적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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