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충북]1년뒤 배달되는 영월우체통, 느림의 진수 선보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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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시티’ 인증받은 강원 영월군 김삿갓면-충북 제천시 수산면·박달재

패스트푸드 인터넷 스마트폰…. 이 단어들이 보여주듯 ‘빠름의 시대’는 물론이고 ‘느림의 철학’이 함께 존재하는 곳. 이런 개념을 주제로 삼은 강원 영월군 김삿갓면, 충북 제천시 수산면과 박달재가 ‘슬로시티’로 지정됐다.

이 마을들은 20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국제슬로시티 총회에서 국내 11, 12번째 슬로시티로 인증을 받았다. 이번 인증으로 두 마을은 청정지역으로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는 한편 관광객 유치, 농특산물 판매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제슬로시티운동은 1999년 시작돼 25개국 150개 도시가 슬로시티로 가입돼 있다.

○ 이름 바꾼 김삿갓면 ‘이제는 슬로시티’

영월군 김삿갓면은 2009년 10월 면(面) 이름을 바꾸면서 화제가 됐다. 조선 숙종 때부터 불려온 지명인 하동면 대신에 조선 후기 방랑시인 김삿갓(본명 김병연)의 이름을 딴 김삿갓면으로 개칭한 것. 김삿갓의 거주지와 묘, 문학관 등이 있는 김삿갓마을로 알려져 있어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바꾼 것이다.

김삿갓면이 슬로시티로 인증을 받아 다시 관심의 대상이 됐다. 강원도에서 슬로시티가 탄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 김삿갓면은 고씨동굴을 비롯해 김삿갓 유적지, 왕검성, 조선민화박물관, 내리계곡 등 역사·문화 요소가 천혜의 자연 환경과 어우러진 것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월군은 지난해 3월 슬로시티 지정을 신청했다. 7월 주민이 슬로시티추진협의회를 발족했고 슬로시티에 관한 주민 교육과 시설 정비를 했다. 마을길과 산길을 이은 명품 산소길 ‘외씨버선길’이 탄생했고 관광객들을 위한 ‘외씨버선 관광열차’도 운행했다. 또 영월군과 영월우체국은 김삿갓문학관 등 5개 박물관에 ‘느린 우체통’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 우체통에 넣은 편지는 수취인에게 1년 뒤 배달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효식 김삿갓면장은 “난개발을 막아 천혜의 자연을 후대에 물려줄 수 있고 많은 내외국인 관광객 유치 및 농가 소득 향상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영월군은 다음 달 2일 영월읍 스포츠파크 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제30회 영월군민의 날 기념식에서 김삿갓면 슬로시티 선포식을 개최한다.

○ 울음 대신 웃음으로 넘는 박달재

충북 제천시는 지난해 6월 주민설명회를 시작으로 슬로시티로 승인받기 위한 절차를 시작했다. 올해 4월 6일 국내 전문가 8명으로 구성된 슬로시티 실사단이 박달재 등 슬로시티 핵심 지역을 실사하는 모습. 제천시 제공
충북 제천시는 지난해 6월 주민설명회를 시작으로 슬로시티로 승인받기 위한 절차를 시작했다. 올해 4월 6일 국내 전문가 8명으로 구성된 슬로시티 실사단이 박달재 등 슬로시티 핵심 지역을 실사하는 모습. 제천시 제공
‘충북 제1호 슬로시티’가 된 제천시는 지자체의 꼼꼼한 준비에다 주민 염원이 결합돼 국제 인증이라는 결실을 거뒀다.

제천시는 지난해 6월부터 슬로시티로 인증받기 위해 나섰다. 주민 설명회를 열고 실사를 통해 수산면 일원과 박달재 구역(백운면)을 슬로시티 거점지역으로 선정하고 지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수산면은 전통문화인 오티별신제와 솟대문화를 비롯해 금수산 가은산 옥순봉 자드락길 등 빼어난 자연환경을 갖췄다. 특산품인 약초와 마을밴드 운영 등 우수한 슬로시티 자원을 갖고 있다. 국민가요 ‘울고 넘는 박달재’로 잘 알려진 박달재 권역은 백운 MTB길, 박달재 한우마을, 경은사(慶恩寺), 오미자 재배단지, 리솜포레스트 등의 명소를 갖췄다.

제천시는 △한방(韓方)과 약초를 기반으로 한 건강도시 △삼한(三韓)의 농업 역사를 간직한 역사도시 △400년 전통의 오티별신제와 전통 솟대문화를 전승하고 있는 전통문화도시 △수려하면서도 때 묻지 않은 자연환경과 특화된 슬로 길(자드락길)을 간직한 휴양도시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제천시는 이번 국제인증을 출발점으로 삼아 ‘느림의 미학’이 살아 있는 진정한 의미의 슬로시티를 구현할 계획이다. 최명현 시장은 “내년부터 주민 중심의 슬로시티 운동을 확산하고, (슬로시티) 브랜드를 활용한 관광 활성화를 위해 기반정비사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충북#강원#영월#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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