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국국적 얻자 가출-잠적… 아내의 변심에 우는 다문화 남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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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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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 석달 오가며 쌍둥이 딸 찾아온 40대 가장의 사연

양종래 씨가 2008년 쌍둥이 출산 1년을 기념해 찍은 가족사진. 단란했던 가족은 아내의 ‘잠적’으로 풍비박산이 났다. 양종래 씨 제공
양종래 씨가 2008년 쌍둥이 출산 1년을 기념해 찍은 가족사진. 단란했던 가족은 아내의 ‘잠적’으로 풍비박산이 났다. 양종래 씨 제공
“핏덩이 같은 어린아이들을 어떻게 부모 없이 베트남에 방치해 둡니까.”

전남 광양에 사는 양종래 씨(46)는 쌍둥이 딸(5)을 데려온 사연을 털어놓으며 한숨을 쉬었다. 베트남 출신 아내(27)가 아이들을 친정에 맡기고 잠적하면서 고생이 시작됐다.

양 씨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손찌검은커녕 말다툼도 거의 안 했어요. 우리처럼 잘 사는 부부가 없다고들 했는데…. 아내가 가정을 떠나고 연락을 끊을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그는 결혼중개업을 하는 형수의 소개로 2006년 결혼했다. 이듬해 쌍둥이 딸을 낳았다. 아이 둘 다 심장병을 갖고 있었지만 주변 도움을 받아 수술을 무사히 마쳤다. 아내는 미용실에서, 양 씨는 일용직으로 돈을 벌며 오순도순 살았다.

지난해 5월 아내가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했다. 의사는 “향수병이니 낫게 하려면 친정에 보내주라”고 말했다. 한국 국적을 취득한 지 한 달이 된 9월 아내와 두 아이를 베트남으로 보냈다.

아내는 친정에 도착한 뒤에 전화로 “애들을 데려가라”고 말했다. 이유를 물으니 “당신과 살기 싫다. 한국에 가기 싫다”고 했다. 옆에선 아이들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며칠 뒤 아내가 “한 달 후 한국에 가겠다”고 연락했다. 한국 임시여권을 만들려면 남편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영사관 직원과 통화해 보라고 했다. 선뜻 동의했다. 마지막 통화였다. 이후 아내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영사관에 수소문한 끝에 아내가 아이들을 베트남에 두고 혼자 한국에 입국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는 부랴부랴 짐을 싸기 시작했다. 주변에선 “위험하니 혼자 가지 마라”라고 만류했다. 그러나 빗물이 새는 처갓집에 아이들이 엄마도 없이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냥 있을 수 없었다.

통역사와 함께 처가를 찾았다. 아이들의 다리는 벌레에 물려 상처투성이였다.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약도 바르지 않았다. 속옷 없이 반바지만 입은 상태. 장모는 “한국에 간 딸과는 우리도 연락이 안 된다. 아이들은 줄 수 없으니 돌아가라”고 했다.

양 씨는 “내가 시신으로 한국에 돌아가더라도 아이들은 이대로 줄 수 없다”며 매달렸다. 아이들이 그립기도 했지만 상처를 보니 도저히 두고 올 수가 없었다. 한 명만 데려가라는 장모의 말에 상처가 심한 큰딸만 우선 데려왔다.

한국에 들어온 뒤 통역의 도움을 얻어 처가에 전화를 걸었다. 장모는 “아이를 데려가려면 돈을 달라”고 말했다. 터무니없는 요구였다. 직접 가서 해결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다시 베트남행 비행기에 올랐다. 장모는 의외로 둘째 아이를 내줬다. 두 딸을 찾기까지 꼬박 3개월이 걸렸다.

한국에 온 아이들은 지금도 엄마를 그리워한다. 양 씨는 “나는 나이가 들어가는데 아이들이 앞으로 엄마 없이 어떻게 살아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제결혼피해센터가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양 씨처럼 국제결혼 피해를 입었다며 상담을 받은 사례는 약 700건, 올해는 1000건이 넘는다. 그러나 결혼이주여성의 남편이 상담 또는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은 부족하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결혼중개업체에 문제가 있어 피해를 입었을 경우) 한국소비자원에 문의해 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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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국제결혼피해#다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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