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명함속 e메일로 계좌 비밀번호 ‘빙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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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사무실서 카드-명함 슬쩍… 29차례 걸쳐 2750만원 빼내

“억세게 운수 좋은 날이었는데….”

최모 씨(49)는 6월 17일 낮 12시경 서울 중구 청계천로 예금보험공사 빌딩에 들어갔다. 보안게이트가 있었지만 점심 식사하러 오가는 직장인들 사이에 바짝 붙어가니까 무사히 통과했다. 출입인원이 많은 점심때라 보안게이트는 열려 있었고, 와이셔츠에 넥타이까지 맨 그를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최 씨는 문이 열려 있는 사무실에 들어가 책상 서랍을 뒤졌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카드와 명함을 챙겨 유유히 빌딩 밖으로 걸어 나왔다.

6월 19일 최 씨는 또 한 번의 운에 도전했다. 훔친 카드로 돈을 빼내기에 앞서 입출금 문자메시지 통보 서비스 해지를 전화로 요청했다. 메리츠증권 지점에 전화하자 상담사가 “비밀번호 네 자리를 불러 달라”고 요구했다. ‘1234’를 댈까 하던 최 씨는 베팅하는 심정으로 명함에 적힌 e메일 주소 중 숫자 네 자리를 불러줬다. “39××.” “고객님, 확인 감사합니다.” 단 한 번에 비밀번호를 맞혔다.

그 후 최 씨는 피해자 A 씨의 계좌에서 7월 3일까지 70만∼500만 원씩 29번에 걸쳐 총 2750만 원을 빼냈다. 하지만 결국은 뒤늦게 카드 도난사실을 알아챈 A 씨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금인출기 폐쇄회로(CC)TV 화면을 확인해 추적한 결과 덜미를 잡혔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절도 전과 4범인 최 씨를 상습절도 혐의로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보험회사#절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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