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컬처 IN 메트로]홍대 앞 인디밴드 “우린 안죽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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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는 공무원이다’ 촬영지

영화 ‘나는 공무원이다’에 등장한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 앞 ‘살롱 바다비’. 마포필름 제공
영화 ‘나는 공무원이다’에 등장한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 앞 ‘살롱 바다비’. 마포필름 제공
영화 ‘나는 공무원이다’에서 만사조심, 무사태평의 전형으로 나오는 10년차 공무원 한대희(윤제문). 그에게 ‘홍대 앞’이란 단지 직장(서울 마포구 생활공해과)과 가깝고 땅값이 쑥쑥 올라 부동산 대박을 안겨줄 수 있는 곳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단조로운 일상은 소음 단속차 나갔다가 만난 한 인디밴드와 얽히면서 바뀌기 시작한다.

‘나는 공무원이다’는 홍대 앞 거리의 맨얼굴을 담은 영화다. 춤추는 클럽 대신 밴드 공연이 열리는 클럽을 비추는 이 영화 속 장소를 따라가면 네온사인을 벗은 홍대 앞 진풍경을 체험할 수 있다.

영화 초반 한대희가 단속하러 나가는 클럽은 실제로 마포구 서교동 산울림소극장 근처에 있는 클럽 ‘살롱 바다비’. 2004년 12월 개관한 바다비는 홍대 클럽의 상징적인 존재다. 무명에게도 오디션 없이 무대를 개방하는 방침 덕분에 ‘소규모아카시아밴드’ ‘10센치’ 같은 유명 밴드들이 데뷔 시절 거쳐 갔다. 밴드 외에도 전시나 다른 장르의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한대희가 인디밴드 멤버와 함께 처음으로 공연을 보러가는 영화 속 클럽은 서교동에 있는 클럽 ‘스트레인지 프룻’. 영화에서 보이는 밴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공연 장면을 실제로 볼 수 있다.

“우리 때문에 이 동네 땅값이 뛰어서 로또 맞은 건데.”

소음 민원 때문에 연습실에서 자신들을 내쫓는 한대희에게 밴드 리더가 던지는 대사는 치솟는 월세 때문에 예술가, 뮤지션들이 떠나기 시작한 홍대 앞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대희가 영화 속에서 투자를 위해 산 동교동 주택은 실제로도 촬영 직후 철거돼 5층 신축빌라로 바뀌었다. 영화 말미에 나오는 대안공간 ‘쌈지스페이스’는 이 영화 촬영을 마지막으로 10년 만에 폐관했다.

홍대 앞 터줏대감인 바다비 역시 수차례 폐관될 뻔했다. 2006년 임차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폐관 위기에 처하자 이곳을 거쳐 간 밴드들이 의기투합해 모금운동을 벌였다. 2011년에도 모금운동 겸 페스티벌 ‘바다비 네버다이’가 열렸다. 다행히 바다비는 지금도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저녁 뮤지션과 예술가들에게 무대를 제공하며 운영되고 있다. 영화는 밴드와 함께 일탈을 즐긴 한대희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뒤 구청 옥상에서 몰래 기타 치는 흉내를 내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한대희의 가슴에 남은 불씨처럼, 과연 ‘홍대 앞 인디문화’는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홍대#인디밴드#나는 공무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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