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中관광객 6만여명 유치한 숙소는 ‘러브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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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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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인천 연수구 옥련동의 한 뷔페에서 식사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들. 이들은 러브호텔을 개조한 근처의 비즈니스 모텔에서 숙박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11일 인천 연수구 옥련동의 한 뷔페에서 식사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들. 이들은 러브호텔을 개조한 근처의 비즈니스 모텔에서 숙박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11일 오전 8시경 인천 연수구 옥련동 뉴욕뷔페 앞 도로.

중국인 관광객 200여 명이 이곳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 버스에서 내렸다. 이들은 옥련동 일대 중저가 숙박시설인 비즈니스 모텔에서 숙박을 한 뒤 아침 식사를 위해 이곳에 내렸다.

인천 지역에서는 이런 풍경이 낯설지 않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숙박시설이 부족하자 인천도시공사와 인천외국인관광객 유치협의회가 러브호텔을 비즈니스 모텔로 개조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객들도 서울 도심의 비싼 숙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숙소를 이용할 수 있어 만족하는 편. 또 관광객들이 아침 식사에서부터 숙소에 돌아온 후 간단한 술자리까지 비즈니스 모텔 근처에서 해결하고 있어 지역 상권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중국인 장쯔린(張子林·53) 씨는 “로비가 다소 작아 투숙 때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객실에 들어서니 깔끔한 분위기가 좋았다”며 “특히 객실 내부 비품들과 냉장고 안 음료수 등을 무료로 마음껏 사용하게 해 편리했다”고 말했다.

인천도시공사와 인천외국인관광객유치협의회는 올해 초부터 국내외 여행사가 외국인 관광객이 원하는 저렴한 객실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중저가 숙박시설을 확보하는 데 힘을 쏟았다.

특히 인천은 인천국제공항과 10개 인천∼중국 항로를 갖춘 국제여객터미널을 끼고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 숙박시설만 확보한다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중저가 숙박시설을 짧은 시간에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 고민 끝에 인천시내 곳곳에 있는 이른바 러브호텔을 관광객의 눈높이에 맞게 리모델링하기로 했다.

외국인관광객유치협의회와 인천도시공사는 숙박업주를 설득해 리모델링을 권유했다. 싱글베드를 트윈베드로 바꾸고 프런트(데스크)를 호텔처럼 개방했다. 어두운 조명도 밝게 바꾸었다. 20개 객실을 기준으로 평균 1200여만 원의 리모델링 비용이 소요됐지만 업주들은 과감하게 선택을 했다. 평일 손님이 갈수록 줄고 있는 데다,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장사가 신통치 않아 업주들도 과감하게 비즈니스 모텔로 전환을 결정했다.

이 같은 결정은 러브호텔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외국인 관광객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비즈니스 모텔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됐다. 매출도 크게 올랐다. 옥련동의 A 러브호텔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면서 매월 500만 원 이상 순이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종태 인천외국인관광유치협의회 본부장(42)은 “중국 본토 중심으로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크게 늘고 있지만 수도권 지역의 객실은 많이 부족하다”며 “조명과 벽지 등을 바꾸는 단순한 시설보수만으로 중국 단체 관광객을 유치해 평일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도시공사에 따르면 올 3월부터 21개 러브호텔이 비즈니스 모텔로 리모델링했으며 7월 말 현재 6만8000여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등 성공을 거뒀다. 비즈니스 모텔은 송도 지역(옥련동) 10개 업소, 인천항(항동) 4개 업소, 남구 주안 일대 7개 업소 등 모두 21개가 운영 중이다. 공사는 2011년 외국인 관광객 실태 조사를 근거로 중국 관광객 6만8000명이 지출하는 여행 경비가 1569억 원에 이르는 만큼 이들이 인천에서 숙박을 하면서 쓰는 여행 경비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인천도시공사 한현옥 관광마케팅 팀장은 “올해 인천의 중국인 관광객 유치 목표가 10만 명인데, 중저가 비즈니스 모텔이 큰 역할을 하면서 목표치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인 관광 수요에 대비해 중국인 단체숙박이 가능한 중저가 숙박시설을 최대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천외국인관광객협의회(www.stayincheon.kr) 032-766-3399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외국인 관광객#러브호텔#비즈니스 모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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