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3개파 뭉쳐 대포통장 판매 ‘신사업’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31일 03시 00분


도박사이트 등에 500개 유통… 1억7000만원 챙긴 16명 적발

경기 화성지역 폭력조직 ‘A파’의 행동대원인 조모 씨(31)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찰의 조폭 단속으로 수입이 크게 줄자 고민에 빠졌다. 그동안은 유흥업소나 안마시술소 등을 상대로 돈을 뜯어냈지만 더이상 힘들게 된 것. 한동안 고민하던 조 씨는 ‘대포통장’ 개설이 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노리기로 했다.

유령회사를 차린 뒤 이 회사들의 법인등기부등본 인감도장 등을 이용해 대포통장을 만들기로 한 것. 이를 위해 조 씨는 자신의 파는 물론이고 서울경기지역에서 활동하는 ‘B파’와 ‘C파’에서 이모 씨(31) 등 3명을 포섭했다. 또 유령회사 서류 공급책 등 모두 20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도둑들’을 조직했다.

조 씨 등이 만든 대포통장은 개당 35만 원에 팔렸다.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업자, 불법 스포츠 베팅업자는 물론이고 흔한 사기꾼까지 ‘고객’은 넘쳐났다. 올 3월부터 최근까지 이렇게 만든 대포통장이 무려 500여 개. 조 씨 등이 챙긴 금액은 1억7000여만 원에 이른다.

조 씨 등은 또 법인 통장은 인출용 현금카드를 2개씩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카드 한 장은 자신들이 갖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 카드는 고객의 대포통장에 돈이 들어가면 몰래 빼내는 데 사용됐다. 고객 중에는 이를 수상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 불법과 관련된 돈이라 별다른 항의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방식으로 챙긴 돈도 3000여만 원에 달했다. 조 씨 등은 또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대포폰을 이용하고, 퀵서비스를 통해 통장을 배달하는 등 치밀하게 행동했지만 결국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조 씨 등 주동자 4명 및 유령회사 서류 공급책 이모 씨(38) 등 6명을 구속하고 조직원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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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대포 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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