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서울 강동구 상일동 강동아트센터에서 열린 ‘살롱콘서트’에서 재즈 하모니스트 전재덕 씨(38)가 100여 명의 관객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점심시간을 앞둔 오전 11시경 30, 40대 주부들이 삼삼오오 공연장으로 모여들었다. 열댓 살 먹은 아이 손을 잡고 오는 엄마도 있었다. 평소 공연장을 가득 메우는 연인이나 젊은 직장인은 눈에 띄지 않았다. 콘서트나 뮤지컬은 보통 저녁 시간대에 시작하는데 이렇게 일찍 공연장을 찾은 이유는 뭘까.
16일 오전 서울 강동구 상일동 강동아트센터 스튜디오#1을 가득 메운 이들은 재즈 하모니스트 전재덕 씨(38)의 공연을 보러 왔다. 가로 18m, 세로 14m 크기의 아담한 공연장 안에 가수 양희은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가 하모니카 선율과 굵은 베이스 소리로 울려 퍼졌다. 숨죽인 채 전 씨의 연주를 감상하던 관객 100여 명은 연주가 끝나자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관객들은 80분 동안 전 씨의 하모니카 연주곡 9곡을 감상했다.
○ 오전에 열리는 살롱콘서트
이날 공연은 3월부터 강동아트센터가 열고 있는 ‘살롱콘서트’의 여섯 번째 순서다. 18세기 유럽 왕족이나 귀족의 거실에서 피아노나 현악기 등 독주악기를 감상하는 ‘살롱콘서트’의 콘셉트를 따와 매달 한 번씩 아티스트 1명을 초청해 공연을 열고 있다. 관객이 연주자와 같은 눈높이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평소 리허설 때 연습실로 쓰이는 작은 규모의 공연장에 간이의자 100여 개만 가져다 놓았다. 관객들은 전 씨와 불과 2∼10m 떨어진 거리에서 하모니카 연주뿐만 아니라 그가 발 구르는 소리, 숨 고르는 소리까지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전 씨는 “주로 밤에 공연하다 보니 오전 공연이 힘들긴 하지만 관객이 만족스러워해 보람 있다”고 말했다.
첫 공연 관객은 30여 명뿐이었지만 금세 주부 사이에 입소문이 퍼져 매진 행진을 하고 있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주부 유종순 씨(48)는 “출근하는 남편과 학교 가는 아이를 챙겨주고 집안일 하다 왔다”며 “밤에 열리는 공연은 부담스러워 가기 힘든데 오전 시간대라 친구와 함께 가벼운 마음으로 올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창기 강동아트센터 관장은 “다음 달 피아니스트 조재혁의 공연을 비롯해 피아니스트 이루마, 팝페라 가수 카이 등이 출연할 계획”이라며 “반응이 뜨거워 내년에도 공연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람료는 2만 원(강동구민 1만5000원).
○ 브런치콘서트부터 수채화 교실까지
낮 시간대 주부를 겨냥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강남구민회관에서는 매달 첫째 주 목요일 오전 11시 클래식 선율을 감상할 수 있는 ‘강남심포니 브런치콘서트’가 열린다. 영화음악을 비롯해 클래식 명곡을 평일 오전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다. 전석 1만 원.
문화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서울시 창작공간 홍은예술창작센터에서는 매주 금요일 오전 11시 한국 전통춤을 쉽게 배울 수 있다. 무료.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에서는 요일별로 사진, 미술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에는 개인별 야외 수채화 중심으로 수업하는 ‘자연과 즐기는 수채화’ 과정이 열린다. 매주 수요일 오전 같은 시간에는 정물화 위주 수채화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월 5만 원. 이 밖에 다양한 서울 시내 문화예술 프로그램은 e문화복덕방 홈페이지(culture.seoul.go.kr)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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