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성택 中에 와있고, 한중일 외교갈등 불거졌는데… 이규형 주중대사 ‘광복절 골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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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관 직원 41명 단합대회… 외교부 “확인뒤 조치하겠다”

이규형 대사(사진)를 비롯한 주중 한국대사관 직원 절반이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데다 광복절을 맞아 한중일 외교 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은 15일 한가하게 집단 골프를 즐겼던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대사관 직원들은 이날 오전 베이징(北京) 대사관에서 광복절 행사를 마친 뒤 준비한 버스를 타고 30여 분 거리에 있는 둥팡밍주(東方明珠) 골프장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식사를 마친 후 오후 1시(현지 시간)경 단합대회 성격의 골프 라운드를 시작했다.

이날 대회에는 외교통상부 직원들과 다른 부처에서 파견된 주재관 등 대사관 직원 82명 가운데 41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은 참석자 개개인이 400위안(약 7만1000원)씩 부담했으며 저녁 식사비용도 각자 냈다고 대사관 측은 밝혔다.

대사관 측은 “최근 직원이 많이 교체돼 송별회와 단합대회 차원에서 골프 행사를 마련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사관에서 최근 3개월간 한국으로 귀임한 직원은 6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사관은 매년 8월 15일에 골프 행사를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중 대사관이 골프대회를 연 날은 장 부위원장이 지린(吉林) 성으로 이동해 성 정부의 주요 인사들을 만나던 때였다. 김정은 체제 이후 최고위직이 중국을 방문한 만큼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쏠리던 시기였다. 이에 따라 대사관 측이 중대한 시기에 업무를 게을리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는 당초 “장 부위원장 방중과 관련이 있는 정무라인 직원 14명 중 2명만 골프를 쳤다. 정무공사를 비롯한 나머지 직원들은 모두 비상근무 체제를 유지했다. 골프 때문에 대사관이 업무를 소홀히 하지는 않았다”며 상황을 무마하려 했다.

하지만 여론이 심상치 않자 외교부는 16일 오후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혀 징계 처분이 뒤따를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앞서 이 대사는 3월 말 서울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 계획을 비판하면서 “북한이 민생을 챙겨야 한다”고 전한 청와대의 브리핑 내용에 대해 “당시 회담에 배석했지만 민생 발언을 듣지 못한 것 같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채널A 영상] 장성택 방중 비상상황에…주중 대사관 직원 ‘단체 골프’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이규형 대사#주중 한국 대사관 직원#광복절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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