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경기 시흥시 은행동의 작은자리 지역자활센터에 문을 연 ICT센터에서 저소득층 주민들이 컴퓨터 강의를 듣고 있다. 경기광역자활센터 제공
“요즘 컴퓨터 모르면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어떻게든 배우고 싶었는데 이런 좋은 기회가 생겨 기뻐요. 이제 금방 친구들하고 채팅도 할 수 있는 거죠?”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컴맹’이나 다름없던 김학철 씨(61·경기 시흥시 신천동)는 8일 환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한 뒤 다시 마우스 위에 손을 올렸다. 그는 요즘 인터넷 하는 재미에 푹 빠져 산다. 그동안 컴퓨터를 배우고 싶었지만 마땅히 배울 곳을 찾지 못했다. 학원에 문의하니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친구에게 e메일도 보내고 더운 날에는 집에서 은행 업무를 처리하고 싶었다. 초로에 접어든 자신에게 딱 맞는 프로그램을 찾을 수 없었지만 지난달부터 인근 자활센터에서 무료로 컴퓨터를 배운 뒤 생활 패턴이 바뀌었다. 전화 대신 e메일로 안부편지를 보내기 시작했고 인터넷뱅킹을 배웠다. 한 달 만에 그의 입에서는 “아니 이 친구야, 대출금 이자는 집에서 클릭 세 번만 하면 처리되는데 이 더운 날 은행까지 뭣하러 가나”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시흥시 은행동 저소득층의 자활자립을 돕는 작은자리 지역자활센터에 3일 ICT센터가 문을 열었다. 66m²(약 20평) 규모의 ICT센터는 저소득층 주민들의 컴퓨터 활용 능력을 키워주는 컴퓨터 공부방이다. 공식 개관에 앞서 지난달부터 한 달간 시범 교육이 진행됐다. 이곳에 설치된 16대의 컴퓨터는 모두 중고지만 교육용으로는 손색없다. 신한은행이 업무용 사용기한(5년)이 지난 컴퓨터를 폐기하지 않고 저소득층 교육용으로 지원한 것이다. 센터는 이 컴퓨터로 지난달부터 일주일에 2차례 지역공동체 회원과 저소득층, 다문화가정, 장애인 등 100여 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서류작성 등을 교육하고 있다.
김경화 경기광역자활센터 과장은 “ICT센터는 단순히 컴퓨터 교육 공간이 아니라 소외계층이 더 넓은 세상을 만날 수 있게 해 이들의 꿈을 키우는 희망의 공간”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경기광역자활센터에 1000대의 중고 컴퓨터를 기부할 예정이다. 지역자활센터에서 운영하는 정보화 교육에 직원들의 재능 기부도 추진할 계획이다. 경기도는 시흥 1호점을 시작으로 9월까지 광주, 안산 자활센터에 ICT센터 2, 3호점을 열고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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