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해남 시골마을 ‘태극기 휘날리며 축구’ 66년

  • 동아일보

1946년부터 광복절 체육대회 “명절엔 못가도 축구는 참여”
보릿고개 등 위기에도 ‘똘똘’

지난해 8월 15일 광복절을 기념해 열린 화산면민의 날 체육대회에서 주민들이 축구를 하고 있다. 해남군 제공
지난해 8월 15일 광복절을 기념해 열린 화산면민의 날 체육대회에서 주민들이 축구를 하고 있다. 해남군 제공
60년 넘게 광복절에 축구경기를 갖는 농촌마을이 있다. 전남 해남군 화산면은 14일부터 3일간 화산중학교 운동장에서 주민과 출향인사 등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67주년 광복절 기념 및 면민의 날 체육대회’를 연다. 전야제인 14일 마을별 노래 장기자랑 등 흥겨운 한마당 잔치를 열고 15일부터 이틀간 축구경기를 한다.

축구대회는 광복 이듬해인 1946년 애국심을 고취하고 면민들을 단합하기 위해 처음 열렸다. 면민들은 6·25전쟁과 가뭄이 극심했던 1968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8월 15일 축구대회를 열었다. 보릿고개에도 마을별로 쌀과 보리를 조금씩 내놓아 대회를 치르는 등 축구에 대한 애정은 각별했다. 1970, 80년대까지만 해도 42개 마을에서 50여 개 축구팀이 출전할 정도로 참여도가 높았다. ‘명절 때는 못 와도 광복절 체육대회는 참석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향우들한테는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광복절 체육대회에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민선 자치시대가 열리면서 지방의회에서 모든 면민의 날을 4월 1일로 통합하자 면민과 향우들이 주민 설문조사까지 벌이며 8·15 축구대회를 지켜냈다. 광복절 축구대회는 행사 준비에서부터 진행, 마을 잔치에 이르기까지 주민들이 주도해 개최하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김동진 화산면체육회 상임부회장(55)은 “인구가 줄면서 체육대회 규모가 작아지고 출전 선수들도 나이가 들었지만 축구에 대한 애정만큼은 남다르다”며 “광복절 날 축구경기가 해방의 의미를 되새기고 면민들의 화합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광복절#농촌마을#축구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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