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갱단출신 한국인 강남서 은행강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3일 03시 00분


대낮에 낫-칼-쇠뭉치로 위협, 2000만원 털어 도망가다 택시기사와 몸싸움 중 체포

미국에 입양돼 갱단 중간 보스를 지내다 강제 추방된 30대 남자가 대낮에 접이식 낫과 칼, 쇠뭉치 등을 들고 들어가 은행을 털다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강도 상해 등 혐의로 A 씨(39)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2일 밝혔다. A 씨는 이날 오후 3시 57분 강남구 개포동 우리은행 개포동역 지점에 하얀색 가발과 마스크를 쓰고 들어가 쇠뭉치로 청원경찰을 때리고 가스권총을 빼앗은 뒤 창구에 있던 은행 직원들을 위협해 현금과 수표 등 약 2000만 원 상당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직후 A 씨는 인근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택시를 빼앗아 타고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택시 운전사가 완강히 저항하자 뒤에 서 있던 다른 택시의 운전사를 가스권총으로 위협해 차에서 내리게 한 뒤 차를 몰고 도주하려 했다. 각각 자동차 열쇠와 자동차를 뺏긴 택시 운전사 2명이 달려들어 A 씨와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A 씨를 붙잡았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한 살 때 미국으로 입양됐다 양부모가 사망하는 바람에 미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한국인이다. A 씨는 애리조나 주를 무대로 멕시코계 갱단의 중간 보스로 활동했다. 미국 경찰이 강제 추방해 2007년 한국으로 돌아와 영어학원 강사로 일했지만 마약 전과가 알려지면서 취업이 힘들어지자 일주일 전부터 범행을 계획했다.

A 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영어를 사용하며 한국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은행 직원들은 A 씨가 범행 당시 한국말로 “돈을 여기에 담아라”라고 외쳤다고 진술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우리은행#은행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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