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 여성 살해범 “피해자 뒤따라가 범행”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7일 03시 00분


우발 아닌 계획범죄 시인

제주 올레 여성 피살 사건은 계획적인 범행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제주동부경찰서는 26일 “피의자 강모 씨(46)가 ‘올레 코스를 걷는 여성을 뒤따라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소변을 보는데 피해 여성이 성추행범으로 오해해 신고하려고 하는 줄 알고 이를 막으려다 목을 졸랐다”던 당초의 진술을 번복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강 씨는 말미오름(해발 146m) 입구 운동기구 주변 의자에서 쉬고 있다가 피해 여성을 발견하고 오름 정상까지 뒤따라갔다. 피해자가 쉬고 있는 동안 앞질러 내려가 무밭 주변에서 기다렸다가 범행을 저질렀다.

강 씨는 피해 여성의 상의가 없어진 것과 관련해 처음에는 “시신을 묻는 과정에서 벗겨져 바닷가에 버렸다”고 진술했다가 “내 땀이 시신의 옷에 묻어 증거 인멸을 위해 벗겼다”고 번복했다. 강 씨는 성폭행과 현금 강탈 혐의는 부인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말미오름 입구 의자에서부터 범행 장소와 시신 유기 장소 등에 대해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강 씨는 시신 오른손을 잘라 시외버스정류소에 갖다 놓는 모습도 담담하게 재연했다.

한편 범죄 재발을 막기 위해 제주치안협의회(의장 우근민 제주지사)가 관계 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이날 긴급 비상대책회의를 열었지만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중구 제주지방경찰청장은 코스 조정, 폐쇄회로(CC)TV 설치 등을 주장했지만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은 “올레 코스를 변경할 수 없다”고 맞섰다. 범죄를 막자고 환경 자체를 바꿀 수는 없다는 논리였다. 온라인에서도 “올레 코스를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과 “올레가 만들어진 본뜻을 존중해 인공시설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CCTV와 관련해서도 ‘430km에 이르는 올레 코스를 모두 감시할 수 없다’는 무용론과 ‘취약지대에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 함께 나오고 있다. 우근민 지사는 “안전대책에 필요한 사업을 조속히 추진하겠다”며 “우선 안내표지판을 보완하고 주민자율방범 운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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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여성 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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