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구인장’ 보낸다는 말에 500명 檢 출석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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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강남 룸살롱 ‘YTT’ 조사 男고객 이례적 참고인 소환

‘성매매 실태를 확인하는 구인장을 집으로 보낼까요? 그냥 출석해 주시죠.’

서울 강남 최대 성매매 룸살롱 ‘어제오늘내일(속칭 YTT)’을 압수수색했던 검찰이 이 업소 고객 남성 500여 명을 최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성매매 실태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를 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한 사건에서 500명이 넘는 참고인을 검찰청으로 불러 조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김회종)는 최근 이 업소에서 신용카드를 쓴 수천 명 중 사용빈도가 잦은 500여 명을 추려내 개별적으로 소환을 통보했다. 이들은 주로 법인카드를 이용한 30, 40대 직장인과 개인 사업자들이었다. 공직자나 경찰, 언론인 등이 소환자에 포함돼 있는지에 대해서는 검찰은 확인해 주지 않았다.

검찰청 강력부 검사실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은 이들은 처음에는 ‘업무 중이거나 출장 중이라 나가기 곤란하다’고 했지만 ‘간단한 참고인 조사다. 처벌의사가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소환에 불응하면 집으로 구인장을 보내겠다’고 하자 순순히 출석했다고 한다.

이들은 검찰에서 얼마를 내고 성매매를 했는지, 성매매는 어디서 이뤄졌으며 룸살롱에서 술을 마신 뒤 호텔 객실까지는 어떻게 이동했는지 등을 술술 자백했다. 한 참고인은 “지하 룸살롱에서 접대 여성과 술을 마신 뒤, 내부 통로로 연결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방으로 갔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다만 일부는 ‘카드를 잃어버렸는데 누군가가 결제한 것’이라는 변명을 늘어놓기도 했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검찰이 이처럼 이례적인 참고인 조사를 한 것은 이 업소 실소유주로 알려진 김모 씨를 엄벌하기 위해서다. 검찰은 강남 룸살롱의 황제 이경백 씨(40·집행유예 중)의 경찰 상납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구속된 경찰관들로부터 YTT 등 80여 곳이 경찰들에게 정기적으로 뇌물을 상납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YTT에 대한 내사를 벌여왔고 이달 5일 압수수색했다.
▼ 檢 “성매매-탈세-경찰 상납 밝혀 엄벌할 것”

또 무려 500명을 소환함으로써 이 업소의 잠재고객들에게 경고하는 메시지도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 업소는 서울 강남 한복판인 논현동 세울스타즈호텔 지하에 룸살롱을 차려놓고 내국인과 외국인을 상대로 국내 최대 규모 성매매 알선 행각을 벌여왔다. 19층짜리 관광호텔 지하 3개 층에 룸만 180개이며, 접대부로 상시 고용된 여성이 500명에 달할 정도였다. 다른 업소는 단속을 우려해 룸살롱과 성매매 장소를 분리해 운영해 왔지만 이곳은 경찰의 비호 속에 한 건물에서 성매매까지 이뤄져 죄질이 불량하다고 본 것이다.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룸살롱 ‘어제오늘내일(속칭 YTT)’ 출입문에 ‘내부수리 중’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룸살롱 ‘어제오늘내일(속칭 YTT)’ 출입문에 ‘내부수리 중’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이경백 씨가 서울 강북에서 저가형 룸살롱으로 시작해 강남에 입성한 것과 달리 김 씨는 1980년대 중반 강남 한복판에서 ‘중가형’으로 입지를 키우다 2005년 논현동에 호텔을 짓고 이 업소를 차렸다고 한다. 김 씨는 직원들에게 ‘4대 보험’까지 들어줬다. 물이 좋기로 소문이 나 외국인이 신용카드를 가장 많이 사용한 유흥업소로 기록되기까지 했다.

검찰은 이 업소가 단속되면서 이미 영업에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흥업소가 겁내는 것은 단속에 대한 우려로 손님이 줄고 그 여파로 여종업원들이 빠져나가는 것이다. 한 유흥업소 관계자는 “일부 사치스러운 룸살롱 여성들이 씀씀이를 유지하려면 하룻밤에 2차(성매매)를 두 번은 나가야 하는데 단속이 되면 손님이 준다”며 “YTT도 단속 이후 여종업원들이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탈세 혐의로 구속된 이경백 씨의 입이 열리는 데 2년이 걸렸다”며 “김 씨도 결국 경찰 뇌물 상납 등 불법적 내용을 자세하게 진술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채널A 영상] “2주전에도 ‘상납 경찰’ 덕에 성매매 단속 피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룸살롱#어제오늘내일#Y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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