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희망을 쏘다]<1>전국평가 ‘최상위권’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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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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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문고 찾아 떠났던 孟母들이 돌아왔다

18일 인천 제물포고교 과학반 학생들이 물리실험실에서 특별연구활동 프로그램의 하나로 파동 현상을 알아보기 위해 ‘정상파’ 실험을 하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18일 인천 제물포고교 과학반 학생들이 물리실험실에서 특별연구활동 프로그램의 하나로 파동 현상을 알아보기 위해 ‘정상파’ 실험을 하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최근 몇 년 동안 인천 교육계는 6월을 전후해 비상이 걸렸다. 해마다 이때쯤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을 발표하는데 인천 학력수준은 16개 시도 가운데 하위권을 맴돌기 일쑤였다.

급기야 인천시교육청은 지난해 5월 학생들의 성적을 향상시키지 못한 학교장은 다른 학교로 전보한다는 특단의 조치를 내놓기도 했다.

인천교육이 시민들에게 신뢰를 받지 못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학부모는 “인천 교육을 믿을 수 없다”며 자녀 교육을 위해 서울이나 경기로 이삿짐을 꾸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우수 인재들이 주변 시도의 외국어고교 등으로 빠져나가다 보니 상위 10∼20%의 우수한 인재 없이 수능을 치르고 결과는 항상 꼴찌라는 성적표뿐이었다. 이런 인천교육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기피하며 떠났던 인천의 학교가 다시 찾는 학교로 차츰 변화하며 희망을 찾고 있다.

2010년 이후부터 시교육청과 인천시는 손을 잡고 학력향상선도학교 사업 등 다양한 교육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학업성취목표관리제를 통해 성적이 떨어지는 학교를 집중 관리해 성적을 끌어올리는 등 ‘상향 평준화’ 작업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 ‘구도심 핸디캡’, 교육방법으로 극복

제물포고 이승철 군(17·3학년)은 올해 치르는 수능에 자신감이 붙었다. 지난해부터 제물포고가 실시한 R&E(Research&Education) 교육에 참여하면서 집중력과 성취욕이 생겼다. 자연스레 수학과 물리는 물론이고 다른 주요 과목을 공부하는 데 탄력이 붙었다.

전국의 명문고 반열에 있었던 제물포고교는 구도심권에 위치한 탓에 우수학생 지원 비율이 최근 10여 년 사이에 해마다 줄어 옛 명성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실시한 R&E 교육을 통해 질 높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학부모와 학생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R&E는 인하대, 인천대 교수와 석박사 과정 대학원생, 그리고 고교생(팀당 5명)이 함께 팀을 이뤄 특정 분야를 연구하는 특별연구활동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수학 물리 화학 생물 등 4개 분야에서 올해는 역사와 경제 등까지 총 6개 분야로 늘어 각 분야에 5명씩 30명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이 프로그램 가운데 수학 부분을 이끈 인천대 수학과 함남우 교수는 일주일에 3번씩 제물포고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머리를 맞대고 연구와 토론을 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수업 태도에 변화가 일어났다.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자세에서 열정과 집중력을 갖고 수업에 참여하는 효과를 본 것. 특히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이 인천대가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LU(logical unit) 분할에 관한 연구’ 논문에 당당히 교수, 대학원생과 함께 공저(共著)에 이름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 떠나는 인천에서 돌아오는 인천으로

경기 김포시와 부천시의 고교에 인재를 수출한다는 ‘오명’을 들었던 인천 교육현장이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 학교가 좋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우수 중학생이 빠져나가는 현상이 줄고 오히려 인접 시에서 전학을 오는 사례가 많아졌다.

인천 서구의 거점 학교인 원당고는 신흥 명문고로 꼽힌다. 2006년 개교 이후 2, 3년간 신입생 미달로 애를 먹기도 했으나 요즘 학급당 적정 인원(35명)을 7, 8명씩 넘어서고 있다. 인근 김포나 경기 고양시 지역에서 입학을 문의하거나 실제로 전학을 오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이 학교는 졸업생 중 90% 이상이 대학에 진학했다. 15∼20%는 명문대를 포함해 수도권 대학에 입학했다. 내년에 인천의 제2과학고로 전환하는 진산고에도 인접 시도 인재들의 입학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 때 인천을 떠났다가 진산과학고에 입학하려고 한다. 자세한 입학전형 요강을 알려 달라”는 학부모들의 입학 상담이 줄을 잇고 있다.

○ 교육 현장과 호흡하는 프로그램

“각급 학교는 힘들지만 이제는 희망을 보면서 적극 협조하고 있다.”

인천지역 일선학교에서는 시교육청이 추진하는 학력 증진 정책을 이렇게 평가했다. 인천의 교육수준이 향상될 기미를 보이면서 이제는 함께 뛰자는 분위기가 어느 정도 형성이 되고 있는 것.

인천시교육청이 고교에는 3년 전부터, 중학교에는 2년 전부터 각각 ‘학업성취목표관리제’를 적용하고 있다. 일선 학교가 학력향상 목표를 설정하면 이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예산과 정보, 자료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일선 학교의 학력수준을 정밀 진단한 뒤 이를 알리고 개선책을 찾으면 시교육청이 나서 지원하는 과정을 거친다. 일선 학교에 수준별 맞춤형 수업 등을 하도록 지도하고,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학교는 장학 지도에 나서 학력 향상을 이끌었다.

인천의 특목고 1학년 학생들이 기초학력이 부진한 초등학교 6학년생과 일대일 결연을 통해 학습지도에 나서는 ‘인타라망(因陀羅網) 프로그램’도 효과를 보고 있다. 인타라망은 모든 존재가 관계하면서 장애가 되지 않고 도와준다는 의미로 고교생과 초등생이 인연이 돼 함께 성장한다는 뜻에서 이름을 지었다. 특목고 6곳의 1학년 학생 600명과 기초학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초등학교 6학년생 600명이 멘토-멘티가 돼 학습을 돕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인천교육은 2011년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초교 6, 중 3, 고 2학년 대상)에서 중학교 3학년은 전국 1위, 일반고는 전국 3위라는 전국 최상위권 성적을 기록했다. 시도교육청 평가인 기초학력부문에서는 최고 등급인 ‘매우 우수’를 받았다.

인천시교육청 교육과정기획과 이임구 장학사는 “인천국제고 등 특목고가 제자리를 잡고 있고 일반고교의 경쟁력이 강화되는 만큼 향후 인천교육이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 교육도시 인천, 이렇게 만들어요 ▼

■ 김월용 인천시장 특별보좌관
성적보다 인성-감성 중요성 커져


20년 전만 해도 인천에 상당수 명문고가 있었지만 서울 강남과 목동 등지의 고교로 우수 학생이 몰리면서 위기를 맞은 바 있다. 오랜 기간 인천이 교육 부문에서 서울 변방으로 밀려났는데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확 달라지고 있다. 학부모 자금력, 정보력이 대학 진학을 좌우하던 때에서 지역 차별이 사라지는 시대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입학사정관제도가 본격 도입돼 학생들을 성적으로 줄 세우지 않고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게 됐다. 이제 ‘화석화된 성적’이 중요하지 않다. 인성과 감성이 풍부한 학생들에게 대학 진학을 포함한 선택의 폭이 아주 넓어지고 있다. 사회가 격변하고 있기 때문에 변화하는 글로벌시대에 맞는 진학지도가 필요하다.
■ 노현경 인천시의원
교육감과 집행부 의지에 달렸다


‘학생에게는 꿈을, 교사에게는 보람을, 학부모에게는 만족을 주는 교육.’ 인천교육의 슬로건이지만 제대로 굴러가고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3선인 나근형 교육감의 10년 인천교육을 평하자면 ‘정체된 고인 물’을 보는 듯하다. 10년째 인천교육을 이끌고 있지만 무엇이 달라졌고 발전했는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확 떠오르는 게 없다. 몇 년째 수능 전국 꼴찌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전혀 무관한 ‘학습선택권 조례 및 기숙사 부족’ 탓으로 돌렸다가 여론의 비난을 샀다. 시대가 변하면 교육도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인천교육이 새로운 변화에 앞서가며 대응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인천교육의 변화는 나 교육감과 집행부의 의지에 달려 있다.
■ 류석형 인천시교육청 장학관
교육경쟁력이 곧 도시경쟁력


정부는 매년 11월경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이듬해 6월경 대학수학능력시험 결과를 발표한다. 인천은 유독 수능 1, 2등급에서만 하위권이어서 큰 비난이 쏟아진다. 사실 인천은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결과인 기초학력부문과 4년제 주요 대학 진학실적은 전국 최상위권에 속한다. 지금은 다양한 전형을 통해 학생을 골라 뽑는 대입전형 시대로 전환되었기에 가능하다. 매년 400명 이상의 초중학교 우수 인재가 인천을 떠났다. 하지만 2년 전부터 타 시도로 빠져나가는 우수 학생이 현저히 줄고 있다. 분명 희망 인천교육의 모멘텀은 시작됐다고 자신한다. 도시 경쟁력은 교육 경쟁력에서 시작된다.
■ 변영덕 학부모
학부모가 자녀들 재능 발견해야


고교 3학년인 막내아들을 포함해 세 아이를 키우고 있다. 첫째 딸은 스스로 캐나다 유학을 선택해 명문대에 재학 중이다. 첫째 딸은 과도하게 들어가는 과외비에 큰 불만을 나타냈다. 한국 교육은 대입의 틀에 맞춰져 있어 성적이 나쁜 학생을 들러리로 만드는 것이 큰 문제다.

둘째 아들은 컴퓨터 게임을 너무 좋아해 항상 성적이 하위권이었지만 재수해서 올해 대학 1년생인데, 아주 만족스럽게 보내고 있다. 이제 창의성을 중시하는 교육제도로 서서히 바뀌고 있는데 아직 멀었다고 본다. 학부모는 자식들의 재능을 발견해 창의적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인천#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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