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다문화 주부에게 운전면허는 삶의 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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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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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위해 필요하지만 비용때문에 취득 망설여”
경북도, 면허교실 마련… 1인당 25만원 지원

17일 경북지방경찰청에서 열린 결혼이주여성 운전면허취득 협약식에서 참석자들이 승용차 열쇠로 시동을 거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17일 경북지방경찰청에서 열린 결혼이주여성 운전면허취득 협약식에서 참석자들이 승용차 열쇠로 시동을 거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직업을 구해 자신감이 생깁니다.” 경북 김천시 부곡동에 사는 필리핀 출신 블로산 줄리엣엘 씨(39·여)는 “운전면허증을 딴 후 많이 바빠졌지만 행복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2006년 시각장애 2급인 남편(50)과 결혼한 그는 집에서 살림만 챙기다 최근 운전면허시험에 합격했다. 덕분에 남편 출근과 자녀 등교를 편하게 해주고 있다. 얼마 전에는 김천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취직해 여권 영어 번역을 하고 있다. 그는 “직장 동료와 승용차 함께 타기도 한다”며 “운전면허증이 한국에선 필수품 같은 자격증이지만 나에겐 가족을 살피고 생계를 책임지는 증명서”라고 말했다.

결혼이주여성에게 운전면허증은 경제적 자립을 위한 소중한 버팀목이다. 취업이나 창업에 꼭 필요한 자격증이어서 한국인이라는 자부심도 높인다. 그러나 경제적 부담 탓에 운전면허 취득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 경북지역 다문화가정의 월평균소득은 200만 원 이하가 62.3%. 취업한 이주여성의 평균임금은 108만 원이다. 현재 경북에는 이주여성이 9900여 명 살고 있다. 취업 희망률은 86.3%로 높지만 취업률은 28.6%로 매우 낮다.

지자체와 경찰 등이 이주여성을 위한 운전면허증 취득 돕기에 나섰다. 경북도와 경북지방경찰청, 삼성사회봉사단은 17일 이를 위한 협약을 맺었다. 올해부터 이주여성 200명에게 1인당 25만 원씩 지원한다. 운전면허 취득에 필요한 비용 45만여 원의 56% 수준이다. 무상 지원의 부작용을 줄이고 취득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이 정도 수준을 적용했다. 희망자가 운전면허학원에 등록하면 지원해준다.

경북도는 대상자를 선발하고 시군 다문화센터에 운전면허 교실을 마련한다. 경북경찰청은 2009년 3월부터 시행해온 외국인 필기시험 지원 프로그램을 실기시험까지 확대키로 했다. 최규진 경북도 다문화행복과장은 “마을 간 거리가 먼 농촌지역 특성상 자동차 없이 가사와 농사일을 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며 “이번 지원은 이주여성과 다문화 가족의 경제적 자립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삼성봉사단은 다문화가족과 한글교실, 이주여성 취업교육 등 다문화사회 정책에 적극 참여하는 봉사단체다. 이번 운전면허 지원 사업에는 연간 5000만 원을 지원하고 앞으로 지원 규모를 늘려갈 계획이다. 서준희 단장은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꿈꾼다’는 봉사단 창단 취지에 맞아 흔쾌히 동참했다”며 “이주여성이 자립하는 데 힘이 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결혼이주여성#운전면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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