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엑스포 이제 그만!” 함평군의 이유있는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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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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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나비엑스포 개최 포기… “2008년도 411억원 손해”
군수 “군민 부담 줄여야” 아낀 예산 복지에 쓰기로

2008년 전남 함평군에서 열린 나비엑스포 모습. 함평군은 이 행사에서 411억 원이 넘는 적자를 봤다. 함평군은 내년에 나비엑스포를 개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2008년 전남 함평군에서 열린 나비엑스포 모습. 함평군은 이 행사에서 411억 원이 넘는 적자를 봤다. 함평군은 내년에 나비엑스포를 개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나비’의 고장으로 유명한 전남 함평군은 2008년 개최한 ‘함평 세계나비·곤충엑스포’가 관람객을 120만 명 유치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3년 뒤 감사원 감사 결과는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마디로 엑스포가 ‘속빈 강정’이었다는 평가였다. 지난해 6월 나온 감사 결과 함평군은 2008년 세계나비·곤충엑스포를 개최하면서 당초 예산보다 196억 원이 추가된 549억 원을 투입하고도 수익은 137억2000만 원에 그쳐 411억8000만 원의 적자를 봤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2013년 엑스포를 개최하더라도 지출 규모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함평군이 이런 감사 결과를 받아들여 내년 4월부터 한 달간 열기로 했던 나비·곤충엑스포를 포기하기로 9일 결정했다. 개최 효과가 크지 않은 엑스포를 강행해 군민에게 재정부담을 떠안겨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013 함평 세계나비·곤충엑스포’는 2013년 4월 19일부터 한 달간 함평엑스포공원 일대에서 열 예정이었다. 다만 1999년부터 개최한 나비축제는 매년 5월 계속 열기로 했다.

안병호 함평군수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화려한 외양보다는 알차고 내실 있는 행정을 펴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함평군이 엑스포 개최를 포기한 것은 재정 확보 문제와 함께 행사를 치르더라도 적자 구조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사실 엑스포 개최는 군 재정을 심각하게 압박하는 요인이었다. 국비 33억 원, 도비 37억2000만 원, 군비 96억8000만 원 등 총 예산 167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었지만 확보한 예산은 현재까지 국비 13억 원과 군비 4억 원 등 총 17억 원으로 전체 사업비의 10.5%에 불과했다. 재정자립도가 8.2%로 전국 군 단위 85개 지자체 중 84위인 함평군으로서는 모자라는 금액을 충당할 여력도 없다. 함평군의 연간 예산 총액은 2440억 원. 지방세 수입이 110억 원에 불과해 예산의 대부분을 정부에서 받는 교부세로 채우고 있다.

여론도 좋지 않았다. 지난해 말 함평군 공무원 5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85%가 엑스포 개최에 반대했다. 주민 여론도 개최 반대가 우세했다. 안 군수는 “엑스포 대신 군민의 피부에 와 닿는 사업에 엑스포 예산을 사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익한 함평군 기획담당은 “이미 확보한 국비는 국고에 반납하고 군비는 3대 특화작물 육성과 보금자리주택 지원 등 시급한 사업에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함평=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전남 함평#나비엑스포 개최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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