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밤 전원마을 203채 중 차수판 세운집 5채뿐… 區 문자메시지도 외면
다음주 다시 전국에 많은 비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우면산 산사태 복구현장에서 공사 관계자들이 배수로에
쌓인 토사를 제거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밤하늘에서 쏟아지는 장대비는 지난해의 악몽을 떠올리게 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우면산 산사태가 16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도 벌써 1년이 다 돼 간다. 서울시와 서초구는 장마철이 되기 전 우면산 복구 작업을 끝내고 당시 피해가 컸던 주택지역에는 차수판을 설치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서울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린 5일 밤∼6일 새벽 지난해 피해가 컸던 우면산 일대와 전원마을을 찾아 현장을 점검했다.
6일 0시 무렵 서초구 방배동 전원마을은 오가는 이 없이 조용했다. 전원마을 일대를 돌아보는 와중에도 빗줄기가 굵어졌다 잦아들다 했지만 인기척 대신에 도로와 주차된 차량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만 들렸다. 방배동 남부순환로 방향 우면산 복구공사보다 진척이 늦었던 전원마을 쪽은 공사가 모두 끝난 상태였다. 지난해 토석류가 쏟아졌던 사면은 바위와 수목으로 정비돼 있었다.
서초구는 5일 오후 10시 반경까지 집중호우가 계속되자 차수판을 설치한 주택 1684채의 소유주에게 “150mm 이상의 호우가 예상되므로 차수판을 사전에 세워 침수 피해를 막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안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6일 오전 1시 기준으로 전원마을 일대에서 차수판을 세운 곳은 전체 203채 가운데 5채에 불과했다. 6일 오전 2시 49분에도 같은 내용을 다시 보냈지만 이 문자를 보고 차수판을 세운 가정은 눈에 띄지 않았다는 게 서초구 공무원의 말이다. 서초구 관계자는 “실제 차수판이 비 피해 방지에 효과가 크지만 일일이 돌아다니며 세워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본격적인 장마 속에서 안전조치가 미흡한 가운데 서울시는 남산 우면산 관악산 등 산사태 우려지역 210곳에서 산사태 예방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25일까지 예방사업 공사 진행도가 65%대에 그치고 있어 올여름 또 다른 산사태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중부지방에는 5, 6일 최고 3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6일 기상청에 따르면 수원을 비롯한 경기 남부지방에는 시간당 50mm가량의 강한 비가 새벽까지 이어졌다. 한때 화성과 군포에는 한 시간 동안 70mm가 넘는 폭우가 내리기도 했다. 서울과 인천, 경기·강원 북부에 내려졌던 호우특보는 이날 오전 대부분 해제됐다. 남하한 장마전선은 제주도 근처에서 머물다가 다음 주 중반 다시 북상해 전국적으로 비를 뿌리겠다고 기상청은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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