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정전 은폐 사고로 3월 13일부터 가동을 정지시켰던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설비용량 58만7000kW)의 재가동을 4일 승인하기로 했다. 그러나 원전 운영 부처인 지식경제부는 반대 여론을 감안해 원전 운영을 곧바로 재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식경제부 당국자는 3일 “고리 1호기는 올해 2월 정전 은폐 사고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안전성에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안전 당국이 재가동 승인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원안위가 재가동을 승인해도 원전 가동 시기를 최종 결정하는 것은 지경부의 몫”이라며 “고리 1호기의 안전성을 불신하는 여론이 상당한 만큼 이들을 설득한 뒤 재가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달 11일 고리 1호기 안전진단을 마친 뒤 ‘안전 문화에 문제가 있지만 발전소 설비 상태는 양호하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원안위는 안전성을 문제 삼아 고리 1호기를 즉각 폐쇄해야 한다는 부산 주민들의 주장과 올여름 전력난을 이겨 내기 위해서는 공급 능력 확충이 시급하다는 정부 일각의 의견 사이에서 재가동 여부를 고심해 왔다.
이와 관련해 지경부와 원안위는 4일 발표를 앞두고 보도자료에 넣을 표현을 놓고 미묘한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지경부는 “국민 불안을 불식하기 위해 ‘재가동 승인’이라는 명쾌한 용어를 쓰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고리 1호기 사고 당시 강창순 원안위원장이 “1호기를 폐쇄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고 말해 중립성 논란을 빚었던 원안위는 반대 여론을 의식해 ‘정지명령 해제’라는 조심스러운 표현을 쓰자고 했다. 결국 양측은 발표 때 두 용어를 모두 사용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올여름 빠듯한 전력 수급에 따라 고리 1호기 재가동 시기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지난달 7일 예비전력이 316만 kW까지 떨어져 사상 첫 ‘관심 단계’를 발령하는 등 위기를 맞았지만 중순 이후 예방정비 중이던 발전소들을 잇달아 재가동하면서 예비전력은 안정권인 500만 kW를 웃돌고 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이재웅 동아사이언스기자 ilju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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