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 진로직업체험지원센터 ‘상상팡팡’ 다목적실에서 학생들이 파티시에(제과제빵사)와 함께 생일파티 기획 체험을 하고 있다. 강동구 제공
서울 강동구에 사는 김도훈 군(16)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프로야구팀 기아 타이거즈의 열혈 팬이었다. 자연스레 김 군은 나중에 커서 프로야구 선수가 돼야겠다는 꿈을 키웠다. 공부는 뒷전으로 미뤄둔 채 야구를 보거나 운동에만 몰두했다. 성적은 점점 바닥으로 떨어졌다. 중학교 1학년 당시 그의 성적은 거의 꼴찌에 머무를 지경이었다.
중학교 2학년이 된 김 군은 부모에게 폭탄선언을 했다. 집 근처에는 야구부가 있는 중학교가 없으니 야구할 수 있는 종로구의 한 중학교로 전학 가겠다고 선언한 것. 김 군의 부모는 평소 운동에 소질도 없는 김 군이 계속 고집을 부리자 고민에 빠졌다.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강동구 자기주도학습지원센터에 상담을 신청했다.
사실 김 군도 자신의 처지를 잘 알았지만 바닥권인 성적이 가져다주는 ‘현실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야구선수가 되겠다고 집착했던 것. 윤영희 상담사는 김 군이 진로를 감정적으로 결정하지 않도록 감정조절 훈련과 심층 상담을 병행했다. 반년 동안 리틀야구단에 가입시켜 직접 야구선수의 생활을 체험하도록 했다.
○ 야구선수에서 외교관으로 변한 꿈
몇 달 뒤 김 군이 놀라운 반응을 보였다. “상담과 야구단 생활을 직접 해보니 야구선수보다는 외교관이 어울릴 것 같다”고 한발 물러선 것. 김 군은 “이제야 내 진짜 꿈을 찾은 것 같다”며 “앞으로는 고집을 부리지 않고 열심히 공부에 매진하겠다”고 다짐까지 했다.
20점에 불과했던 수학 점수는 1년 만에 80점대 후반으로 훌쩍 올랐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김 군은 학교 상위 10%를 1차 목표로 설정하고 외교관의 꿈을 키우고 있다.
서울 강동구는 김 군처럼 자신의 진짜 꿈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청소년들을 돕기로 했다. 2010년 만들어진 자기주도학습지원센터와 함께 진로직업체험지원센터 ‘상상팡팡’을 운영하기로 한 것. 구는 26일 지하철 5호선 명일역 1번 출구 인근에 ‘상상팡팡센터’(3388.gd.go.kr)를 개관하고 진로체험을 통한 학습동기 부여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25일 밝혔다. 상담실 진로도서관 다목적홀 등을 갖추고 있다. 적성검사와 일대일 진로학습 상담 등은 무료다. 02-481-7088
○ 진로체험은 자기주도학습의 시작
진로체험교육은 1단계 적성탐색, 2단계 직업탐구 기자단과 토크콘서트, 3단계 직업 체험 강좌로 이뤄진다. 1, 2단계는 적성을 파악하고 막연하게 알고 있던 직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본다. 센터는 한 달에 한 번 청소년들이 궁금해하는 직업을 선택해 토크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일부 재능기부로 운영되는 프로그램은 무료이고 나머지는 유료다.
직업 체험 강좌는 전문 교육기관과 연계하거나 센터에서 직접 실시한다. 단순히 보고 듣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로 경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성화고등학교 학생들이 직접 빵을 만들어 팔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실제로 ‘일일 빵집’을 운영하도록 하는 식이다.
이해식 강동구청장은 “학습에 흥미를 가지려면 올바른 진로체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센터가 학생들의 꿈과 목표를 명확히 설정해주는 인생 나침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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