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필립스에 15억 과징금… FTA관련 외국기업 처음 제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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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철폐됐는데도 국내 판매가격 인하 막아

유럽 최대 가전회사인 필립스의 한국지사인 필립스전자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관세가 철폐됐는데도 국내 판매가격의 인하를 막다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FTA와 관련해 가격 인하를 방해한 기업에 제재 조치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4일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거래되는 가전제품의 최저 판매가격을 미리 정해주고 20여 개의 대리점에 이 가격 이하로 팔지 못하도록 강요한 필립스전자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5억1300만 원을 부과했다.

필립스는 네덜란드 기업인 ‘로열필립스일렉트로닉스’의 자회사로 한국에서 소형가전, 의료기기, 조명기기 등을 수입, 판매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기면도기(61.5%), 음파전동칫솔(57.1%), 전기다리미(45.2%), 커피메이커(31.3%) 등 대부분의 소형가전 분야에서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필립스전자는 대리점들의 온라인 할인 판매 이후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업체들이 공급가격을 내려달라고 요구하자 온라인 가격 통제에 나섰다. 지난해 5월 온라인에서 권장소비자가격의 절반 값(최저 판매가격) 미만으로 자사 제품을 판매한 대리점에는 공급가격을 인상하거나 제품 공급을 중단하는 불이익을 주기로 결정한 것.

특히 필립스전자는 제품 포장박스에 판매 대리점을 구별할 수 있는 표지를 한 뒤 온라인에서 최저 판매가격 이하로 판매되는 자사 제품을 직접 구입하는 방식으로 가격 통제 방침을 어긴 대리점을 색출해 내는 치밀함을 보였다. 필립스전자는 대리점 색출을 위해 399차례에 걸쳐 7900만 원어치의 자사 제품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필립스전자는 또 전기면도기인 센소터치, 소닉케어(음파전동칫솔), 세코(에스프레소 머신), 도킹스피커(스마트폰에 연결하는 스피커), 에어프라이어(공기튀김기) 등 신제품이나 인기제품은 온라인 판매를 전면 금지했다.

공정위는 필립스 제품을 독점 수입하고 있는 필립스전자가 온라인 가격을 통제하면서 지난해 7월 한-EU FTA가 발효돼 전자제품에 부과되던 8%의 관세가 철폐됐는데도 이 회사 제품은 한동안 가격이 내려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필립스 전기면도기는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뒤인 올 3월 15일에야 제품별로 가격이 3∼5% 내려갔으며 에스프레소 머신은 FTA가 발효된 뒤 11개월이 지난 이달 4일에야 가격이 7.9∼8.5% 떨어졌다.

노상섭 공정위 시장감시총괄과장은 “필립스의 재판매가격 유지와 오픈마켓 판매 금지는 대리점 또는 유통채널 간 가격할인 경쟁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소비자 이익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공정위#필립스#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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