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배우 박정자 씨 전시회 겸한 무료 공연 선물 “고향 소래에서 연기 50년 돌아보니 가슴 벅차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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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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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생활 50년을 맞은 박정자 씨가 15일까지 인천 남동문화예술회관에서 무료 전시회를 마련한다. 9, 10일엔 ‘맥베스 낭독공연’을 무료로 펼쳤다. 남동문화예술회관 제공
연기생활 50년을 맞은 박정자 씨가 15일까지 인천 남동문화예술회관에서 무료 전시회를 마련한다. 9, 10일엔 ‘맥베스 낭독공연’을 무료로 펼쳤다. 남동문화예술회관 제공
“한 배우의 50년 연기생활을 매듭짓는 전시회에 곁들여 공연을 하게 됐어요. 제 고향 소래에서 관객을 만나니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1962년 ‘페드라’를 시작으로 140여 편의 연극에 출연했던 박정자 씨(69)가 연극 데뷔 50년을 맞아 고향 무대에 섰다. 그가 태어난 인천 남동구 논현동 소래포구 주변의 논현신도시 내 남동문화예술회관에서 전시회를 겸한 공연을 무료로 선보인 것.

10일 오후 3시 남동문화예술회관 3층 ‘스튜디오 제비’에서 박 씨는 ‘맥베스 낭독공연’의 막을 내리면서 자신의 연극인생을 짧게 소개했다. “네 살까지 소래에서 살았고 인천 도심의 박문유치원과 박문초등학교를 다니다 6·25전쟁을 맞았어요. 셰익스피어가 ‘인생이란 다만 걷고 있는 그림자’라고 했는데 우리 모두 인생의 단역배우이지만 주인공처럼 사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9, 10일 이틀간 이어진 이 낭독공연은 두세 시간짜리 맥베스 연극을 45분으로 압축한 것으로 평소 관람하기 힘든 공연물이었다. 박 씨를 포함한 6명의 배우가 대본을 보면서 음향효과 연출과 표정연기를 동시에 펼쳤다. 국악인이자 배우 김성녀 씨(국립창극단 예술감독), 탤런트 정동환 씨와 연극인 서이숙 김은석 박상중 씨가 동료 박 씨를 위해 무대에 함께 섰다.

200석의 소극장은 평상시의 관람석을 모두 걷어내고 ‘명배우 초대전-연극인생 50년’을 위한 무대로 새로 꾸며졌다. 관객들은 무대에서 열연하는 배우의 작은 표정이나 숨소리를 가까이서 접할 수 있었다.

박 씨는 마녀 역을 주로 맡고 중간에 병사, 까마귀 등 여러 역할을 소화했다. 강렬하고 도발적인 목소리를 소유한 그가 까마귀 소리만 내도 무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발휘했다.

남동문화예술회관 박은희 관장은 공연이 시작되기 직전 무대에 올라 “주인공을 주로 맡았던 세 분(박정자 김성녀 정동환)이 오늘은 마녀로 나온다”며 “박 씨를 위해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다양한 전시물을 내놓았다”고 소개했다.

관람석 양편과 중간에는 박 씨의 연극인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진, 연극 포스터, 의상, 대본, 신발, 가발 등을 전시해 놓았다. 박 씨를 인형으로 표현한 ‘마리오네트’, 박 씨의 초상화 등 유명 예술인 작품도 감상할 있다. 인기 연극이었던 ‘19 그리고 80’의 무대 세트와 분장실도 꾸며놓았다. ‘박정자의 50년 무엇과 닮았을까?’라는 부제를 붙인 이 전시회는 15일까지 이어진다.

박정자 씨가 동아방송 성우 1기로 방송계에 진출한 1964년의 모습.
박정자 씨가 동아방송 성우 1기로 방송계에 진출한 1964년의 모습.
박 씨는 영화감독이었던 큰오빠의 영향을 받아 10대부터 연기에 관심이 많았다. 이화여대에 입학하자마자 연극반에 들어갔고 재학 중 동아방송 성우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는 “연기생활을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3학년 때 대학을 그만두고 동아방송 성우 1기로 방송계에 진출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2004년 연극인의 귀감으로 인정받아 이화여대 개교 처음으로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이날 공연 말미에 한 관객이 “‘리어왕’ 공연을 해 달라”고 주문하자 박 씨는 “그럼 다음엔 ‘리어왕’ 주인공으로 고향 무대에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13일 인천 중구 항동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새얼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조찬포럼 ‘아침대화’ 강연자로 나선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인천#소래#박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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