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로 산화… 유전자 검사로 신원 확인땐 한달 걸릴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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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루 쿠스코 현지 상황실-시신안치소 가보니

한국수자원공사(K-water) 직원들이 11일 대전 대덕구 본사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아 페루 헬기사고로 숨진 김병달 해외사업처 중동·중남미팀장의 명복을 빌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김 팀장의 장례식을 공사장으로 엄수키로 했다.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한국수자원공사(K-water) 직원들이 11일 대전 대덕구 본사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아 페루 헬기사고로 숨진 김병달 해외사업처 중동·중남미팀장의 명복을 빌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김 팀장의 장례식을 공사장으로 엄수키로 했다.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아무도 말이 없었다. 눈물조차 쉽사리 나오질 않는 듯했다. 그저 한숨 소리만 텅 빈 벽에 부딪쳤다 다시 가슴을 때릴 뿐. 페루 남부 쿠스코의 한 호텔에 마련된 주페루 한국대사관 비상대책본부 상황실은 침통 그 자체였다.

페루 수도 리마에서 비행기를 갈아타 도착한 쿠스코는 한때 인구가 100만 명이 넘었다는 옛 잉카제국의 수도였다. 하지만 현재 인구는 35만 명으로 줄었고, 쇠락한 도심은 안타까운 헬기 사고의 기운이 짙게 깔린 듯 을씨년스러웠다.

희생자의 시신이 옮겨지고 있는 모르헤 안치소(법리의학검시소)는 상황실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었다. 10일(현지 시간) 마마로사 산에서 어렵사리 시신 14구가 모두 수습됐지만 현재 신원이 밝혀진 것은 한국인 1명을 포함해 4명뿐. 폭발 사고가 그만큼 참혹했다는 뜻이다. 11일 새벽이나 되어야 모든 시신이 도착할 예정이어서 정확한 처리 절차나 시기는 아직 확실치 않은 상태이다. 이번 사고로 숨진 서영엔지니어링 최영환 전무의 부인과 처남, 고 임해욱 전무의 부인과 아들이 11일 오전 상황실에 도착했지만 아직 시신을 보지는 못했다.

조만간 유족들이 모두 도착하면 신원을 확인한 뒤 의사 소견과 함께 검찰에서 사망 확인을 받는 절차를 거친다. 희생자 대부분이 시계 등을 착용하고 있어 유족들의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페루 경찰 관계자는 “시신이 많이 훼손돼 치아 확인이나 유전자 대조 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만약 유전자 검사까지 받게 되면 현지에서 한 달가량 시간이 더 소요될 수도 있다.

이날 페루 경찰은 구조헬기를 타고 수색작업을 벌이면서 마마로사 산의 사고 현장을 찍은 동영상 일부를 공개하기도 했다. 연합뉴스가 입수한 20초 분량의 동영상에 따르면 해발 약 4950m의 마마로사 산 위쪽 하늘에서 바라본 사고 현장은 참담하기 그지없었다. 동영상에는 정상 바로 밑 암벽 상단에 폭발로 인한 화재로 그을린 듯한 시꺼먼 자국이 크게 펼쳐져 있었다. 그 아래로는 사고 헬기의 꼬리와 프로펠러로 보이는 기체 일부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기상악화로 구름에 가린 암벽에 충돌한 것 같다는 현지 수색 관계자의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장면이었다.

육상구조대가 기상 악화로 사고 현장 접근에 실패한 뒤 페루 당국은 10일 오전 산악구조 전문인력 20명과 군경 등 모두 50명을 투입해 수색을 벌였다. 헬기에서 육안으로 사망을 확인한 터라 시신 수습에 중점을 둔 작업이었다. 오얀타 우말라 페루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툴란토 중장이 현장에서 직접 지휘했다. 이들은 오전에 일찌감치 시신 13구를 수습했으나 마지막 1구를 찾지 못해 2시간 정도 추가 작업을 벌인 끝에 어렵사리 모든 시신을 찾았다.

한편 한국수자원공사는 고 김병달 해외사업처 팀장(50)의 장례를 ‘공사장(公社葬)’으로 엄수하기로 했다. 공사는 11일 오후 대전 본사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외국인 직원 1명을 포함해 직원 4명이 희생된 삼성물산은 11일 분향소 설치 준비를 마쳤다. 각각 직원 2명이 희생된 서영엔지니어링과 한국종합건설도 가족과 상의한 뒤 장례 절차를 결정할 계획이다.

쿠스코=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페루#비행기 사고#한수원#시신안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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