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메트로 달인]지하철 ‘정비 마이스터’ 김정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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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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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차 얼굴만 봐도 감기-몸살 구별해요”

1일 서울 성동구 송정동 서울메트로 군자차량기지에서 전철 수리의 달인 마이스터 김정수 차장이 차량 아래를 꼼꼼히 살피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일 서울 성동구 송정동 서울메트로 군자차량기지에서 전철 수리의 달인 마이스터 김정수 차장이 차량 아래를 꼼꼼히 살피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전동차 1량에 들어간 부품은 4만5000개…전동차 바퀴와 바퀴 사이가 1만3800mm….’

1일 만난 서울메트로 김정수 군자차량사업소 차장(51)은 22년간 지하철 점검 분야에서 일해 온 달인다웠다. 7만 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비행기보다는 적지만 부품이 3만 개인 자동차보다 훨씬 많은 부품을 가진 전동차의 각종 부품이나 배치된 위치에 대한 수치를 mm 단위까지 정확히 짚어가며 지하철 정비 과정을 설명했다. 김 차장은 서울메트로가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아 선발한 마이스터 4명 중 1명이다. 군자차량사업소에서 지하철 2호선 전체 차량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 “아픈 칸 안아픈 칸 눈에 띄어”

“얼굴만 보면 감기인지 몸살인지 알아요. 멀리서 차량기지에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일할 수 있는 녀석인지, 못 할 녀석인지 구분하죠.”

김 차장은 줄곧 전동차를 사람에 비유했다. 환절기에 감기가 잘 걸리고, 배가 나오면 건강이 위험하다는 식이다.

“일교차가 심해지면 평소보다 40% 가까이 고장 횟수가 늘어나요. 보통 ‘신호를 보내라’ ‘전기를 넣어라’라고 지시를 전달하는 예민한 장치들이 계절을 더 탄다니까요.”

고장 난 전동차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동차 10량이 연결되면 지하철 1편성이 되거든요. 이 중 절반만 일하는 거 아세요? 전기를 공급받아 직접 달리는 전동차가 5량이고, 나머지 5량은 그냥 끌려 다니는 거예요. 빈둥거리는 녀석보다 일하는 녀석이 더 자주 아플 수밖에 없으니 정비를 잘해줘야죠.”

○ 복잡한 기계가 좋아…일하는 게 행복

김 차장은 1990년 서울메트로에 입사했다. 전기기술사로 무대공사를 하다 복잡한 기계를 다루고 싶어 선택한 직업이었다. 입사 후 한 권 두께가 15cm가량 되는 정비지침서를 끼고 살았다. 도면을 달달 외울 정도로 반복해서 읽었다.

“영국 일본 등 외국 차량을 수입해 왔기 때문에 정비 기술을 익히기가 쉽지 않았어요. 창동기지에서 일할 때 일본인 기술자가 파견 와 있었는데 궁금한 것을 물어도 기술을 유출하지 않겠다면서 대답을 안 해주는 겁니다.”

김 차장은 일본인 기술자에게 매일 인사를 건네고 짧은 일본어로 묻고 또 물었다. 어느 날 일본인 기술자가 손짓을 하더니 자신의 서류함을 눈짓으로 가리키고는 퇴근했다. 잠기지 않은 서류함 안에는 김 차장의 질문에 대한 답이 담긴 정비지침서가 있었다. 바로 밖으로 뛰어나가 종이 1000장을 사 와 꼬박 밤을 새워 복사를 했다.

이런 갈고닦은 실력으로 2001년부터 7년간 1호선 44량, 2호선 54량, 3호선 340량 제작에 참여했다. 정면에서 봤을 때 상대적으로 동그랗게 보이는 전동차는 2007년 만든 것, 각진 녀석은 2004년에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고압 감전도 못 막은 열정

낮밤을 바꿔 사는 고된 일이다. 사고 위험도 높다. 김 차장도 10년 전 1500V에 감전되는 아찔한 사고를 겪었다.

“전기를 차단하고 검사하죠. 그리고 전기를 넣고 가동해봐야 하거든요. 옆 차량에서 ‘전기를 껐다’고 하는 걸로 잘못 알아듣고 차량을 만졌다가….”

왼손에 들고 있던 연장을 통해 전기가 들어와 전동차와 닿아 있던 왼팔로 나갔다. 다행히 몸속을 통과하지 않아 살아났다. 작업복을 걷은 왼팔에는 10cm 정도 긴 흉터가 보였다.

그래도 일이 즐겁단다. 직접 만든 전동차가 지나가면 빙그레 웃음이 나온다. 본인이 없더라도 직접 만든 전동차가 달릴 것이다. 희열을 느낀다.

“행복한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 아닐까요. 퇴직하기 전에 지금 기술을 녹여 신형 지하철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전동차#서울메트로#김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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