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 대구 고교생…온갖 잔심부름한 그들의 ‘꼬봉’ 이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6일 14시 14분


코멘트
"거의 매일 맞았다. 고막이 찢어진 것도 그녀석 때문이다. 너무 힘들다. 그 녀석과 많은 녀석들이 심부름을 시켜서 너무 힘들다"

대구에서 2일 투신자살한 고교 1학년 김모(15) 군은 수년 동안 폭력과 괴롭힘을 당해 왔으면 물론 자신이 속해 있는 축구 동아리에서도 온갖 잔심부름을 비롯한 굳은 일들만 도맡아 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뉴시스가 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군이 지목한 가해 학생 A군의 경우 사소한 일로 김 군에 대해 폭행 등을 일삼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A군은 김 군을 부하 대하듯 상대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군은 축구경기를 할 때에도 A군의 눈치를 살펴야만 했고, 경기 중 조금이라도 잘못하게 되면 곧바로 A군의 폭언과 폭행을 감당해야만 했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심지어 김 군은 경기가 끝난 후 A군의 가방을 들고 다녔으며, A군은 김 군에게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혼을 내주겠다고 고함을 치는 등 수년에 걸쳐 김 군에게 괴롭힘을 지속했다.

김 군이 숨진 2일 오전 동급생들과 축구경기를 마치고 A군을 포함한 축구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간 PC방에서도 게임 요금을 김 군이 계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정황은 경찰이 김 군이 숨진 지난 오전 축구를 함께한 동아리 동기생들의 조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동기생들은 A군이 평소 김 군을 폭행하고 있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으며, 2009년 4월부터(중학교 1학년때) 김 군을 사소한 일로 시비를 걸어 폭행했다고 진술했다.

아울러 축구를 할 때는 김 군이 실수를 하면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고 발로 차는 것은 흔한 일이었던 것도 이들은 밝혔다.

이런 근거는 김군이 올 1월 A군에게 폭행을 당한 후 직접 작성한 메모 중에도 "어떤 나쁜 녀석에게 조금만 잘못해도 맞고 시키는 대로 다했다. 고막이 찢어진 것도 그 녀석 때문이다. 잘 있거라"는 등 마지막을 암시하는 내용에서도 방증할 수 있다.

A군은 김군과 같은 중학교에 다닐 당시 18명의 동급생들이 모여 결성한 축구동우회에서 최근까지 활동을 지속해왔다. 이들은 중학교를 졸업한 뒤 다른 고등학교에 뿔뿔이 흩어져 진학했지만 축구 동아리만큼은 유지돼 매주 주말과 휴일 등을 이용해 축구모임을 가져왔다.

축구를 누구보다 좋아했던 김 군은 A군의 잇따른 폭력과 괴롭힘, 동아리 내의 온갖 심부름과 무시를 당하면서까지 동아리를 탈퇴하지 않고 참여를 한 것은 단지 축구가 좋았기 때문이다.

한편 경찰은 축구동우회 동급생 등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A군 외 다른 일부 동우회 동급생 중에서도 김 군에 대해 괴롭힘이 있었는지도 집중 조사 중이다.

정황을 종합할 때 수년간 A군 혼자서 김 군을 상대로 폭력과 괴롭힘이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과 김 군이 작성한 메모 내용 중 "그 녀석과 많은 녀석들이 심부름을 시켜서 너무 힘들다"것, 특히 A군이 사실상 축구 동아리 리더 역할을 해왔던 것도 주목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경찰은 김 군의 휴대전화 통화내역(문자 및 카카오톡)과 김 군이 작성한 메모에서 지목된 한 초등학교 앞 3곳의 폐쇄회로(CC)TV도 발췌해 집중 분석하고 있다.

앞서 김 군의 아버지 B씨는 "자살이든 타살이든 일단 원인을 알고 싶다. 아들이 무엇 때문에 힘들어했는지. 경찰과 교육청은 뭐든지 덮으려 하지 말고 정확하게 원인을 밝혀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있다.

현재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A군은 김 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에 대한 죄책감 등으로 자해를 하는 등 심리 상태가 극도로 불안전해 경찰조사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구경찰청 케어팀과 대구시교육청 상담사가 A군을 상대로 심리 상담을 하고 있다.

경찰은 A군의 심리상태가 어느 정도 안정되고 난 후 절차 등을 거쳐 조사를 한다는 방침이어서 김 군에 대한 조사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쾌활한 성격에 학교에서 교우관계가 좋고 성적도 상위권을 유지했던 김 군은 2일 오후 7시5분께 지인들에게 그동안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해 힘들다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남긴 채 아파트 15층에서 투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디지털뉴스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