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한국다문화학회 국제토론회]“2020년엔 인구의 5%가 외국인… 새로운 법-제도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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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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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발표 : 다름과 함께 공존으로 - 김영란 숙명여대 교수

‘다문화사회와 사회통합’을 주제로 하는 국제토론회가 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동아일보와 한국다문화학회가 공동주최했다. 왼쪽부터 이병하 서울시립대 교수,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전경옥 한국다문화학회 회장(숙명여대 교수), 김영란 숙명여대 교수, 루이스 크루즈 주한 필리핀대사, 응우옌 만 동 주한 베트남대사관 공사참사관.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다문화사회와 사회통합’을 주제로 하는 국제토론회가 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동아일보와 한국다문화학회가 공동주최했다. 왼쪽부터 이병하 서울시립대 교수,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전경옥 한국다문화학회 회장(숙명여대 교수), 김영란 숙명여대 교수, 루이스 크루즈 주한 필리핀대사, 응우옌 만 동 주한 베트남대사관 공사참사관.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아시아지역 내에서 국가와 국가 사이를 이동하는 이주자가 늘고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는 인구가 늘어나는데 한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국가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전체 인구의 3%인 140만 명에 이른다. 2020년에는 5%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이 다문화사회로 진입하면서 새로운 사회로의 변환을 요구받고 있다.

○ 이주자에 대한 편견 여전

한국으로의 이주자는 인원수도 늘었지만 체류 유형도 다양해졌다. 단순기능 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이 여전히 많지만 유학, 생산숙련직, 단기취업 등 다양한 유형의 인력이 들어오는 중이다. 또 거주 기간이 늘어나고 정착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진정한 다문화사회로 진입 중이라는 뜻이다.

한국인이 이주자를 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한국인으로 인정받기 위한 조건으로 부모가 한국인이라는 혈통적인 요인보다 국적, 한국 정치제도와 법 존중 등 정치적·법적 요인을 중시한다. 단일민족을 신봉하는 폐쇄적인 국민성이 점차 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에 따른 편견은 여전했다. 미국 출신을 가장 높게 평가한 반면 동남아시아 또는 서남아시아 출신은 낮게 평가했다. 국가에 상관없이 다양한 인종, 종교, 문화가 공존하는 모습이 좋다고 생각한다는 반응도 유럽 국가에서는 74%에 이르지만 한국은 36%에 그쳤다.

이주자들이 한국을 보는 시선도 다르다. 미국계 혼혈이나 백인들은 한국에 대해 우호적이었지만 유색인은 반감이 적지 않았다.

다문화사회로 진입하는 한국에서 이주민에 대한 편견은 사회 결속의 커다란 걸림돌이다. 다양한 문화를 공적으로 인정하는 제도적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전반적으로 한국의 이주자 정책은 외국인의 인권보호보다는 국가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때문에 국제사회의 보편적 기준에서 볼 때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 법, 제도와 현실의 격차 줄여야

한국은 이주자의 권리를 △경제 △건강 교육 영양 △정치 △사회문화 △보호 등 5개 영역에서 법과 제도를 통해 보장한다.

이런 법과 제도는 실제 현실과 격차를 보이는 점이 문제다. 예를 들어 법 조항은 이주자에게 필요한 점을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이는 적극적인 의무와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판을 받기 쉽다. 이주노동자가 노동 3권을 적극 행사하도록 만들고 의료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

우리 사회는 이주자를 한국 사회에 빨리 적응시키려고 한다. 다문화가족지원법에는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한다’고 명시했지만 실제 프로그램은 대부분 공존보다는 이주자의 적응과 한국사회에의 동화를 목표로 한다.

거주기간이 짧은 외국인은 정치적, 제도적 권리보다 당장의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받고 싶어 한다. 그러나 거주 기간이 길어질수록 공존을 위한 과제는 다양해진다. 더 나은 직업, 교육, 의료, 사회보장을 둘러싼 권리 확보와 차별 반대에 대한 요구가 거세질 수 있다는 얘기다.

차별을 없애려면 다문화성을 고려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공식적으로 다문화주의 정책을 공표하고 시행하는 국가는 인종주의나 외국인 혐오증을 타파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채택한다. 누구도 배제와 차별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정치계층 안에 이주자 출신자를 포함하는 등 소수집단의 정치적 대표성이 중요하다. 이주자 문제를 해결하는 답은 이주자에게서 나온다. 다문화주의는 재분배의 문제인 동시에 사회 정의의 문제인 셈이다.

다문화주의를 위한 재정 지출에는 이주자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의 의견을 고려해야 한다. 정부는 물론 민간기업과 시민단체 등 다양한 주체의 역할이 필요하다.
토론1 : 정치적 통합 - 이병하 서울시립대 교수
“시민-참정권에 대한 원칙 만들어가야 할 시점”


한국은 짧은 기간에 이민 송출국에서 이민 수용국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국가경쟁력을 우선 고려하는 외국인 인력 정책, 인구·가족정책 시각에서 결혼 이민자 정책에 접근함으로써 국내 이주 외국인을 권리를 가진 사회구성원으로 보지 못한다.

이주자의 정치적 통합은 이들이 새롭게 정착한 국가에서 정치적 구성원으로서 권리를 행사하고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하게 하는 식이어야 한다.

이주자의 정치적 통합의 핵심 이슈인 시민권에 대해 어떤 원칙을 세울지도 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현행 혈통주의 원칙을 고수할지, 거주지주의 원칙을 혼합할지 등 다양한 대안이 있다.

이민자의 정치적 통합 논의는 대부분 선거권 또는 피선거권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제는 선거운동, 정당 활동 같은 참정권 분야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외국인이나 이민자의 정치적 참여를 논의할 때 이들의 의무를 간과하기 쉽다. 참정권을 논의할 때 이들의 납세 의무, 군 복무 문제도 중요한 의제로 부각시켜야 한다.
토론2 : 경제적 통합 -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이주자에게도 공존 위한 협력-책임 요구해야”


이주 유입의 역사가 길지 않은 한국은 짧은 시간에 사회문화는 물론이고 노동시장을 둘러싼 경제환경의 변화를 겪었다. 이 때문에 유입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한편으로는 불편함도 느끼는 것이 현실이다.

이주자가 많아지고 시간이 흐르면서 이주자와 내국인이 서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늘고 새로운 환경을 경험하게 된다. 이주자가 집단이 되면 이에 대한 반발과 편견, 차별의식이 혼재돼 나타난다. 이주자 또한 초기의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목소리를 높인다.

이런 점에서 이주 문제에 대한 인식과 정책 방향은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이주자 유입에 따른 사회문화적 갈등이나 비용 부담을 얼마나 감내해야 할지 정책의 방향을 정립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내국인과 동등한 권한을 부여하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이주자를 대상으로 하는 선별적 정책을 표방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다문화사회에서 공존에 필요한 상호 협력과 책임은 이주자에게도 요구해야 한다.
토론3 : 한국의 다문화 - 루이스 크루즈 주한 필리핀 대사
“아내-며느리 나라의 문화 이해하려는 노력을”


한국 정부는 다문화가정에 사회적응, 직업훈련, 가정상담, 육아교육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이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때 외국인을 한국 문화에 동화(同化)시키려는 것인지, 적응시키려는 것인지 묻고 싶다.

지금까지의 프로그램은 동화를 위한 것이었다. 외국인 아내가 한국문화를 배우고 익숙해지도록 하지만 한국 남편과 친척들은 아내의 문화를 배우지 않는다. 아이에게 엄마 나라의 언어를 가르치지 않는 가정도 적지 않다. 이중 언어 능력을 가질 기회를 박탈하는 셈이다.

법적인 부분에서도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은 2010년 7월 이후 결혼한 외국인에게는 이중국적을 허용하지만 그 전에 결혼해 귀화한 사람에게는 허용하지 않는다. 법이 포괄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별거나 이혼을 하려는 가정에 대한 지원 시스템도 필요하다. 다문화센터는 부부의 화해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정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다루는 법률 서비스가 필요하다.
토론4 : 한국의 다문화 - 응우옌 만 동 베트남 공사참사관
“서로의 문화차이 배울 수 있는 교육의 場 필요”


많은 이주자가 들어오면서 한국 사회도 윤택해지고 다양해졌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주민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다문화정책이 필요하다.

한국과 베트남은 20년 넘게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많은 베트남 여자들이 한국에서 결혼해 정착했다. 최근 5년 동안 한국 정부가 그들을 위해 많은 정책을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불행한 일도 있었다. 전 사회에 팽배한 것은 아니지만 가정 폭력은 존재했고, 문제가 있는 배우자도 있었다.

다문화사회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교육이다. 한국 남자와 결혼한 베트남 여성들을 상대로 조사했더니 70% 정도는 행복하다고 했지만 30%는 불만족스럽다고 했다. 언어와 문화 차이 때문에 결혼 후 3개월∼1년이 가장 힘들다고 한다. 진정한 다문화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한국인과 이주민들이 문화적 차이를 충분히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을 받아야 한다. 또 우리 모두가 인내를 가져야 할 것이다. 상호 존중, 차별 금지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만들고 실천해야 사회가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정리=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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