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주범이 쉽게 넘었던 검찰 문턱이 언론에는 높았다. 검찰 청사에서 대낮 탈주 사건이 발생했지만 취재진 50여 명은 아무도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사건 발생 하루가 지나도록 검찰은 단 한마디 설명조차 하지 않았다.
울산지검에서 조사 대기 중이던 김모 씨(48·구속)가 도주한 것은 29일 오후 1시 반경. 김 씨는 한국수력원자력㈜의 10여 개 납품업체로부터 3억7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징역형을 선고받고 항소한 미결수. 도주 3시간 만에 붙잡혔지만 검찰 대처는 허점투성이였다.
검찰은 도주 이후 30여 분 동안 직원들에게 청사 주변을 수색하도록 했다. 성과가 없자 그제야 울산남부경찰서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그 사이 김 씨는 검찰청사 뒤 야산을 통해 달아난 뒤였다. 형편없는 초기 대응은 물론이고 고압적인 태도도 문제다. 경찰 200여 명이 예상도주로에서 검문검색을 했고 하늘엔 헬기까지 떴다. 울산시내가 소란해지면서 언론사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하지만 검찰은 취재진 요청에도 탈주범 신상정보를 비롯해 사건 개요에 대해 함구했다. 공보관인 차장검사는 ‘회의 중’이라며 취재진 전화도 받지 않았다. 정문 출입도 차단했다. 김 씨가 수감돼 있던 부산구치소가 사건 발생 직후 언론사에 수배 전단을 배포하는 등 발 빠르게 대처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수사기관은 필요할 경우 보도 유예를 요청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성격이 달랐다. 제2의 범죄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시민들에게 즉시 알릴 필요가 있었지만 검찰은 끝내 외면했다. 검찰의 고압적인 업무 방식은 청사에 설치된 시설물에서도 드러난다. 사무실 위치와 업무 담당자 등을 소개하는 스크린은 경비원의 까다로운 신원확인 절차가 끝나야 작동할 수 있다. 그나마 고장일 때가 잦다. 경비원 자리까지 가지 않고 현관에서 볼 수 있다면 민원인이 훨씬 편리하지 않을까. ‘친절한 검찰’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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