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원의 소규모 숙원사업비 편성을 둘러싼 충남도와 도의회 간 갈등이 증폭되면서 충남도의 추가경정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충남도는 ‘민생을 외면한 보복성 예산 삭감’이라고 반발했고 도의회는 ‘방만한 예산을 삭감했다’고 맞섰다.
○ 도의회 추경 예산의 20% 대폭 삭감
도의회는 23일 추경예산 계수 조정위원회를 열어 도가 편성한 3000여억 원의 20%가량인 600억여 원(306건)을 삭감했다. 농수산경제위원회와 교육위원회는 각각 160억8000만 원, 30억7000만 원, 행정자치위원회도 237억 원을 깎았다. 건설소방위원회는 자유선진당과 민주통합당 의원들 간의 예산 삭감에 대한 이견으로 선진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206억 원을 삭감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추경의 전체 삭감액이 20억∼30억 원에 불과했던 예년과 비교해 이번 예산 삭감액은 사상 최대 규모”라며 “장애인과 노인, 도청이전 사업 등 소외계층의 복지와 현안 예산이 줄줄이 깎여 각종 사업의 차질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번에 삭감된 예산 가운데 절반가량은 국비 매칭 사업 예산이어서 국비를 반납해야 할 처지”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유병기 충남도의회 의장은 “예산안 심사 등을 통해 도의원들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단호한 태도다.
○ 소규모 숙원사업비 둘러싼 갈등이 원인
대규모 예산 삭감은 소규모 숙원사업비 편성을 둘러싼 충남도와 도의회의 갈등에서 비롯됐다. 충남도가 당초 예산에 5억 원을 반영한 이 예산의 추가분 2억 원을 추경 예산에 편성하지 않자 도의회가 발끈 하고 나선 것.
소규모 숙원사업비는 도의원이 시장군수와 절반씩 부담해 마을의 용수로 및 배수로 개선, 마을 경로당 경비 지원, 소하천 정비, 문화재 정비, 도시계획도로 건설 등에 쓰는 예산을 말한다. 이 예산은 지역의 사정을 잘 아는 도의원이 도나 시군의 예산에 정식으로 반영하기 어려운 사업을 해결하는 데 쓴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도의원들이 주민들과 사전에 약속한 사안에 집행하기 때문에 선심성 예산이라고 지적한다. 엄밀한 예산 심사보다는 1인당 일정액(올해의 경우 추경에 반영됐으면 1인당 7억 원)을 일률 배분하는 측면이 강해 ‘재량사업비’라는 부정적인 별칭도 붙었다. 충남도 관계자는 “감사원이 지난해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소규모 숙원사업비 편성의 문제점을 적발한 뒤 ‘1인당 일정액을 배분해 지역 주민을 위한 선심성 사업으로 편성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권고한 것은 이 예산의 선심성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며 “이런 감사원의 권고를 받아들여 추경에 편성하지 않았더니 예산 삭감으로 보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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