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정착한 새터민들이 23일 팔공산 자락에 있는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서 지하철 화재사고 대피 체험을 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북한에서 한류 드라마와 가수 공연을 종종 봐서 그런지 남한의 문화가 별로 낯설지 않습니다. 시민들이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면 적응하는 데 그다지 힘들 것 같지 않고요.”
몇 년 전에 탈북해 중국을 거쳐 20일 대구에 처음 온 새터민 홍모 씨(25·여)는 “TV에서 보던 모습과는 차이가 있지만 하나씩 배워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홍 씨는 막 시작한 대구생활에 기대감을 보여줬지만 먼저 정착한 새터민들은 대구생활이 적잖이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4년째 대구에 사는 장모 씨(35·여)는 아직도 경계심을 늦추지 못한다. 장 씨는 “북한 말투 때문인지 낯설게 보는 사람이 아직도 많아 내 생각을 말하는 것도 조심스럽다”고 했다. 3년째 사는 박모 씨(37·여)는 “여러 편견으로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내는 경우도 많아 아직 힘든 편”이라고 말했다.
어려움을 겪는 새터민을 위해 대구시와 시교육청이 머리를 맞댔다. 대구시는 23일 대구에 정착한 새터민 31명을 위해 팔공산 일대를 둘러보는 행사를 마련했다. 다음 달 6일에는 새터민이 참가하는 체육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가을에는 시내 관광지를 둘러보는 행사도 다시 가질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매년 1명을 공무원으로 채용하는 계획도 확대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현재 대구에 사는 새터민은 660여 명으로 매년 7, 8명 늘어나고 있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적응하지 못해 다른 지역으로 떠난다. 새터민과 함께 일한 적이 많은 대구시 관계자는 “살아온 환경이 달라 생각도 많이 다를 것이라고 짐작하기 쉽지만 함께 일을 해보니 말투 외에는 특별히 차이 나는 게 없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새터민 초중고교생(60여 명)을 위해 대학생 멘토를 활용한 맞춤식 학습지도를 하기로 했다. 대학생들이 공부와 일상생활 상담 등을 해주는 것이다. 7월에는 새터민 학생들과 영주 부석사 등에서 문화체험을 할 예정이다.
이영석 대구북한이주민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새터민에 대한 편견이 여전히 많아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꽤 많다”며 “힘든 과정을 거쳐 정착하려고 하는 만큼 마음을 열고 보듬는 분위기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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