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기후 ‘감시의 눈’ 독도 공기 5초마다 분석

  • 동아일보

■ 기상청, 울릉도-독도 기후변화감시소 착공

8일 오전 경북 울릉군 독도리 선착장. 잔뜩 흐린 날씨였지만 독도에 내린 관광객 400여 명이 선착장에서 함성을 외치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날 독도를 찾은 김우종 씨(63)는 “일년에 몇 번 들어올 수 없다는 독도에 직접 오니 더없이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김 씨처럼 독도를 찾는 관광객들이 지켜볼 만한 ‘독도 지킴이’가 하나 늘어나게 된다. 기상청은 10일 국내 동쪽 끝인 울릉도와 독도에 온실가스 변화 등 지구 기후변화를 관측할 울릉도·독도 기후변화감시소 착공식을 가졌다.

독도에는 이산화탄소(CO₂)와 메탄(CH₄) 농도를 측정하는 무인장비가 설치됐다. 독도에 설치된 첫 기상장비로 지난해 11월부터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해발 98.6m인 동도 꼭대기에 건립된 KT 송전탑 위에 있는 원격관측시스템은 독도 공기를 5초마다 분석해 안면도 기후변화감시센터로 실시간 전송한다.

울릉도·독도 기후변화감시소 건립은 한반도 전역의 기후변화 감시를 기상청이 담당하게 됐다는 ‘기상주권 확립’의 의미를 가진다. 현재 국내에 설치된 기후변화감시소는 각각 서해와 남해에 위치한 안면도와 제주 고산 등 두 곳뿐이다.

임병숙 기상청 기후변화감시센터장은 “울릉도·독도 기후변화감시소를 설치하면 동해를 포함한 한반도 내 모든 대기정보 추적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유입되는 대기 상태를 안면도에서 분석하고 태평양에서 유입되는 공기는 제주 고산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대기는 울릉도에서 각각 분석하는 기후감시망이 완성된다는 뜻이다.

울릉도·독도 감시소 설치로 기후변화에도 적극 대처할 수 있다. 한반도는 기후변화가 다른 지역에 비해 빨리 진행되고 있다.

안면도 기후변화감시센터 관측수치에 따르면 국내 CO₂ 농도는 1999년 370.7ppm에서 지난해 395.6ppm으로 24.9ppm 높아졌다. 지난해 지구 평균농도인 390.5ppm에 비해 높다.

신임철 기상청 기후변화감시센터 연구관은 “전 세계적으로 5000년 동안 CO₂ 농도가 15ppm 정도 올랐지만 안면도 센터에서는 12년 만에 25ppm 올랐다”며 “한반도의 기후변화 양상이 전 세계적으로 봐도 빠르다”고 말했다. CO₂ 농도가 오른 원인을 파악하는 데도 울릉도·독도 감시소가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내년까지 예산 42억 원으로 경북 울릉군 울릉읍 사동리 울릉도기상대 안에 독도 원격관측시스템까지 관리하는 울릉도·독도 감시소 2동을 완공한다. 기상청은 앞으로 울릉도·독도 기후변화감시소를 세계기상기구(WMO)가 인정하는 지역급 관측소로 키울 계획이다.

독도=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기상청#날씨#환경#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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