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홍성 상수도 독극물사건 미궁… 민심 흉흉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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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지나도 용의자 안갯속
“주민들 서로 범인지목” 소문

“마을 사람 3명 중 1명꼴로 경찰조사를 받았어요. 사건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서로 불신이 쌓이면서 민심이 극도로 흉흉해지고 있어요.”

간이 상수도 독극물 투여 사건이 발생한 충남 홍성군 금마면 죽림리 배양마을에 사는 주민의 말이다. 그는 “주민들이 서로를 범인으로 의심하기도 하고 경찰 조사에서 서로 범인으로 지목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금마면사무소 관계자는 “경찰 30여 명이 매일 마을을 드나들며 수사에 나서면서 주민들의 신경이 날카로워져 방문도 꺼려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는 지난달 20일 사건 발생 이후 보름이 됐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다.

홍성경찰서는 충남지방경찰청 지원을 받아 5개 팀 32명으로 수사전담반을 꾸려 수사를 펴고 있지만 아직 용의자를 특정해 내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간이 상수도가 한적한 곳에 있어 주변 지리를 잘 알아야 접근할 수 있고 이 마을에서 수돗물 문제 등을 둘러싼 갈등이 있었던 점 등에 주목해 마을 외부보다는 내부 소행에 무게를 뒀다. 범죄를 분석한 프로파일러 등의 조언도 경찰이 당초 잡은 수사 방향과 같았다. 이에 따라 마을 갈등과 관련된 주민들을 대상으로 거짓말탐지기 조사 등을 벌였지만 이렇다 할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물증 수사도 겉돌고 있다. 간이 상수도의 물탱크로 올라가는 사다리에서 2점의 지문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지만 1점은 홍성군 상수도사업본부 공무원의 것으로 확인됐고, 다른 1점은 판독이 어려운 상태다. 물탱크에 투여됐던 제초제 ‘근사미’와 살충제 ‘파단’의 유통 경로를 추적한 결과 이들 농약이 2010년 6월쯤 홍성지역 2개 농약상에 공급된 사실을 확인했지만 농약상이 누구에게 팔았는지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홍성의료원 등은 농약이 맹독성이 아닌 데다 워낙 많은 양의 물에 희석돼 마셨다 하더라도 건강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주민들을 안심시키고 있지만 믿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또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한 주민 241명분의 혈중 독극물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불안감은 여전하다.

마을 주민 15명으로 이뤄진 간이상수도 문제 비상대책위원회는 주민들이 건강기록부를 만들어 매일 건강 이상 증세를 기록하도록 하고 있다. 이승영 위원장은 “주민들의 절반 정도가 신체의 가려움증과 경련, 가슴 답답함, 두통 등의 증세를 호소하고 있다”며 “하지만 농번기로 바쁜 데다 보상을 노린 행위라는 식으로 구설에 오를까 봐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앓던 질병이 더욱 심해졌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상엽 씨는 “고등학교 1학년 딸이 2년 전 폐질환으로 왼쪽 폐를 수술받을 때 오른쪽 폐에도 문제가 있지만 수술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며 “그런데 이번 독극물 사건 이후 걱정이 돼 진료를 받은 결과 증세가 급격히 안 좋아졌다는 진단이 나와 수술을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상수도 독극물#홍성군#홍성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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