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전자공고에서 열린 제20회 LG기 주부배구대회에서 선수들이 경기를 하고 있다. 올해는 1만5000여 명이 참가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4월 28일 오후 경북 구미시 임수동 구미전자공고 운동장에 설치한 8개 배구 코트에는 선수들의 기합과 응원소리가 가득했다. 형곡초교 4학년 오진구 군(10)은 “저기 흰색 옷 입은 선수가 우리 엄마”라면서 “오늘 정말 예쁘고 멋있다”며 두 동생의 손을 잡고 큰 소리로 응원했다.
손자들과 함께 온 임무섭 씨(69)는 “배구 대회 덕분에 가족의 정이 더 생긴다”며 흐뭇해했다. 아들의 응원에 힘입어 진구 군의 엄마 임정남 선수(36)는 우수선수상을 받았다. 형곡1동 팀은 준우승을 차지했다. 임 씨는 “정말 행복하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올해 20회를 맞은 ‘LG기 주부배구대회’가 구미시민들의 뜨거운 응원 속에 열렸다. 정보기술(IT)도시 구미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대표적인 봄 체육대회로 자리잡았다는 이야기가 많다.
이 대회는 1993년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실크론, 루셈 등 구미지역 5개 LG 계열사 협의체인 LG경북협의회가 구미 주부들의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해 시작했다. 처음에는 몇몇 주부가 건강을 위해 참여했지만 지금은 구미시민 1만5000여 명이 즐기는 축제로 성장했다. 매년 이맘때면 구미 27개 읍면동에서는 주부배구단 50개 팀이 배구 삼매경에 빠진다. 올해는 처음으로 남자팀과 LG계열사 여자배구단도 참여해 ‘스무 돌 대회’의 의미를 더했다.
대회가 열린 구미전자공고는 잔치 마당이었다. 동별 응원 부스에는 선수와 가족을 위해 정성껏 준비한 먹을거리가 가득했고 무대에서는 노래자랑이 열렸다. 첫 대회부터 빠짐없이 참가한 추금단 형곡1동 배구단장(47)은 “배구공에 구미시민들의 마음이 모인다”며 “구미의 멋진 전통이 되도록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매년 아내를 응원하러 오는 위성은 씨(50)는 “구미는 4월이면 동네마다 주부배구 바람이 분다”며 “새로운 봄 축제 같다”고 말했다.
올해 대회 우승은 지난해 3위에서 뛰어오른 선주원남동 팀이 차지했다. 처음 열린 남자부 경기에서는 고아읍 팀이 우승했다. 최선호 LG경북협의회 사무국장(54)은 “매년 대회가 성장하는 느낌을 받아 참 유쾌하다”며 “딱딱한 구미공단이 아니라 인정이 넘치는 기업도시 구미가 되는 데 보탬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남유진 구미시장도 “주민과 기업이 운동을 통해 소통하고 화합하며 기업 하기 좋은 도시로 가꾸는 모습이 얼마나 좋으냐”며 “이 같은 분위기는 기업을 유치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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