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백이가 힘 써줘” 물좋은 자리 간 경찰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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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살롱 단속 보직 얻으려 청탁논현지구대 경찰 ‘뇌물 파티’… 2년간 매달 1500만원씩 받아

‘룸살롱 황제’ 이경백 씨(40·구속)가 인사 청탁 로비를 통해 규정을 어기고 일부 경찰이 ‘꿀보직’으로 불리는 여성청소년계로 발령 나도록 해준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여성청소년계는 업소 단속권을 갖고 있어 ‘뒷돈’을 챙길 수 있어 경찰에서는 좋은 보직으로 꼽힌다. 서울 강남권 경찰서에 근무했던 경찰들은 여성청소년계로 발령 낼 수 없도록 경찰이 내부규정을 만들어놨지만 이 씨가 로비로 이를 무력화한 것이다. 검찰은 인사 지침을 어겨가며 발령을 성사시킨 경찰 핵심 간부가 누구인지 찾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김회종)는 최근 이 씨로부터 “룸살롱 영업을 하면서 이 씨와 알게 된 경찰들이 2008년 하반기(7∼12월) 무렵부터 ‘여성청소년계를 지망했지만 내부 지침으로 반려당했다. 힘 좀 써 달라’고 부탁해와 경찰 간부에게 청탁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 씨에게 청탁한 경찰관들이 실제 여성청소년계로 발령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또 단속 정보를 알려주는 등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이 씨에게서 금품을 수수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으로 서울 강남경찰서 옛 논현지구대 경찰관 A 경사 등 3명을 체포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에 연루돼 체포된 경찰관은 10명이 됐다.

또 이 씨가 맡은 룸살롱에 대한 단속 권한을 가졌던 서울 강남경찰서 산하 논현지구대(현 논현1, 2파출소)에서 근무하던 경찰들은 지구대 직원 대부분이 나눠 가질 뇌물을 이 씨로부터 건네받는 ‘총무’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구속된 박모 경사(48)는 “총무 역할을 하면서 유흥업소 30여 곳으로부터 2006∼2008년 매달 1500만 원을 받아 지구대 경찰관들과 나눠 가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논현지구대가 4개 팀이 있었던 사실을 감안하면 2년간 이들이 받아 챙긴 뇌물 액수가 14억 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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