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로봇 타고 이동… 소녀시대도 반한 ‘스마트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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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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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형 조립식 ‘전자마루’ 생산기술硏, 세계 첫 개발

《 올해 12월 제주 서귀포시 특설 공연장.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열린 여성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의 연말 공연에는 10대 학생부터 40대 ‘삼촌’들까지 수천 명의 팬들이 모여 ‘꺅∼’ 하고 날아갈 듯한 환호성을 질렀다. 소녀시대 멤버 9명은 무대 중앙에 나란히 서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첫 몇 소절이 지나자 소녀시대 9명이 갑자기 관객 쪽으로 확 다가왔다. 소녀시대를 실은 무대가 움직인 것이다. 소녀시대 발밑에 첨단 무대장치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관객들은 생전 처음 보는 무대 연출에 신기한 듯 환호했다. 》
올해 말이면 이 같은 장면이 현실화된다. 지식경제부 산하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원)이 약 2년의 연구개발 끝에 이달 개발한 조립식 블록 형태의 디지털 무대 장치인 ‘전자마루’를 이용하면 혁신적인 무대 연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충남 천안시 서북구의 생기원 본원에서 9일 만난 정관영 CT융합연구그룹장은 “전자마루는 한 변이 30cm인 각각의 블록을 레고처럼 조립해 수십 m 규모의 무대시설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록 외부는 투명강화플라스틱으로 덮여 있고, 뼈대는 쇠와 알루미늄 합금으로 돼 있다. 블록 속에는 좌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전자회로가 들어 있다. 무대 위에 초소형 ‘이동형 로봇’을 올려 두면 로봇은 블록과 통신을 하며 자기 위치를 판단한다. 자기장을 이용한 무선충전용 기능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동형 로봇을 몇 시간이든 무대 위에서 자유롭게 움직이게 할 수 있다.

그동안 움직이는 무대장치를 만들려면 철도처럼 레일을 깔고 아래쪽에 구동장치를 달았다. 속도도 느리고, 정해진 길로만 움직였다. 전자마루 무대에선 컴퓨터 프로그램에 따라 로봇을 전후좌우 어느 방향으로든 움직일 수 있고, 리모컨으로 원격 조종도 할 수 있다. 가수가 로봇 위에 올라서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작은 ‘이동형 무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오페라나 뮤지컬, 연극에서는 ‘대형 로봇 무대장치’도 만들 수 있다. 가령 공룡이나 코끼리가 주인공을 습격하는 장면도 연출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전자마루는 무대를 설치하기 편한 데다 시설비가 낮아지는 것도 장점이다. 지금까지는 며칠 걸려 무대 시설을 만든 후 서너 시간의 공연이 끝나면 다시 뜯어냈다. 전자마루는 블록만 연결하면 설치가 끝나기 때문에 대형 무대 바닥 설비를 1∼2시간에 끝낼 수 있다. 블록 개당 가격은 2만∼3만 원. 5∼6m² 크기의 비교적 작은 무대를 만드는 데 400여 개가 들어간다. 구입하려면 800만∼1200만 원의 비용이 들지만 한 번 구입한 블록은 계속 쓸 수 있기 때문에 싼 편이다.

이런 장점 때문에 벌써 전문 연예기획사의 사용 요청이 들어 왔다. 국내의 대표적인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일본 사업법인 ‘SM엔터테인먼트저팬’은 소녀시대를 비롯한 한류 가수들이 등장하는 제주도 특별 공연을 기획 중이다. SM저팬의 공연기획 담당 관계사인 ‘W저팬’의 유키코 마쓰시마 사장은 “일본의 K팝 열성팬 2000명과 함께 제주도 특별 공연장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며 “전자마루를 이용한 다양한 무대효과를 올해 안에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관영 그룹장은 “과학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공연예술 문화는 수십 년 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면서 “전자마루가 국내외 공연문화 혁신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무선 충전이 가능한 ‘스마트 태그장치’ 등 전자마루 핵심기술의 국내외 특허출원도 완료했다.

천안=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전자마루#첫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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