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남구 녹색환경과 윤경숙 주무관(44·여·7급)은 최근 빗자루와 쓰레받기, 면장갑 등 가로 청소용품 5200여 개를 50여만 원 싸게 구입했다. 원가계산 매뉴얼에 따라 조달청과 인터넷 쇼핑몰, 제조사, 판매처 등 여러 곳을 조사해 가장 싼 시장가격인 687만5000원을 알아낸 후 업체와는 또 10%가량 저렴한 639만 원에 계약했다. 윤 씨는 “무조건 싸다고 계약하지 않는다”며 “내 집에 쓸 물건을 구입하는 것처럼 상태도 세밀히 살핀다”고 말했다.
○ 절약이 곧 예산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부실이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대구 남구가 전국 최하위권 재정자립도(15.9%, 전국평균 52.2%)에도 탄탄한 재정상태를 보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비결은 간단하다. 구청 직원 500여 명이 한마음으로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고 깐깐한 살림살이를 하기 때문이다.
남구는 최근 5급 이하 직원 20여 명이 참여한 정책개발팀(TF) 회의를 열고 부족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전체 17개 부서가 올해 예산 가운데 줄일 수 있는 사업이나 경비가 없는지 꼼꼼히 다시 들여다봤다. 공무원 배낭연수 3300만 원과 축제·공연 1억4000여만 원의 예산을 줄이기로 하는 등 모두 30억 원을 절약하게 됐다.
자체 세입이 많지 않은 남구청 직원들은 절약습관이 몸에 배었다. 보고서는 전자결재시스템을 활용한다. 부득이한 경우 A4용지 1장에 쓴다. 부서마다 냉난방 적정온도 지키기, 점심시간 컴퓨터 끄기, 계단 사용 등 녹색생활실천 7가지 수칙을 사무실에 붙여 놓고 어길 때 사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두 차례 이상 적발되면 따로 교육을 했다. 지금은 위반행위를 좀처럼 찾기 힘들다. 남구는 지난해 전기세만 1250여만 원(10만2000kW)을 아꼈다. 최근 발품을 팔아 체납 고지서 인쇄비용 40여만 원을 아낀 세무과 류경화 씨(41·여·7급)는 “일부 지자체가 수당을 못주는 일이 생기자 동료들이 더 알뜰해졌다”고 전했다.
○ ‘빚 0원’의 비결
재정자립도가 낮아 신규 사업을 엄두도 못 낼 것이라는 생각은 남구에는 통하지 않는다. 최근 한국메니페스토실천본부 주관 민선5기 공약사항 중간점검에서 최고 등급(SA) 성적표를 받을 정도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전국 228개 지자체 중 27개만 이 등급을 받아 의미가 남달랐다. 남구는 7개 분야 23개 사업을 순조롭게 이행 중이다. 예산이 많지 않은 남구가 이런 결과를 얻은 것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매년 정부 공모 사업을 따와 국비로 사업을 추진해서다. 올해만 ‘앞산 맛둘레 길’과 ‘문화예술거리 생각대로’, ‘카페마을 녹색길’ 등 독창적인 아이템으로 사업 10여 건에 특별교부금 220억여 원을 확보했다.
남구는 빚이 없는 지자체다. 지방채를 발행하는 대규모 공사나 차입금을 써야 할 사업 역시 국비로 추진한다. 남구청사와 보건소를 특별교부세 124억 원을 받아 리모델링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도 7월 국비 6억 원을 들여 낡은 대덕문화전당 공연장을 새롭게 꾸민다. 국비를 타내는 비결은 정부가 가장 우선시 하는 주민이 주도하는 사업을 계획하기 때문. ‘앞산 맛둘레 길’의 경우 상가번영회와 함께 사업 제안을 해서 공모 심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2008년부터 공모 전담 부서(도시경관과)를 운영하면서 정부 부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꾸준히 경험을 쌓은 덕분이다. 임병헌 대구 남구청장은 “심사위원의 성향까지 파악해 공모를 준비한다”며 “남구가 하면 ‘참신하다’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이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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