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호텔에 펄럭이는 현수막 3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14층 객실 복도에서 삼성 협력업체 지원산업사와 주식회사 엔텍 중소기업 피해배상 촉구 채권단이 납품대금과
손해배상 지급을 요구하며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삼성전자 협력업체 채권자들이 “삼성 측 과실로 빚어진 손실을 보상하라”며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객실을 점거했다.
과거 삼성전자에 냉장고 모터를 납품하다 2001년 도산한 외주업체 ‘엔텍’과 관련 업체 채권자 14명은 3일 오전 10시 반경부터 호텔 14층 객실에서 현수막을 내걸고 전단을 뿌리며 농성을 벌였다. 채권자 박모 씨(55)는 “삼성 측이 광주지역에 엔텍 법인 설립을 유도하고 새 공장을 세운다기에 10억 원을 투자했는데 실무 담당자가 중소기업의 기술만 빼내고 발주를 줄여 업체가 도산했다”며 “채권단 100여 명의 투자 손실액 203억 원을 지급하라고 계속 요구했지만 삼성 측이 무시해 호텔을 찾았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측은 엔텍의 부도 경위에 대해 “과거 엔텍 대표가 삼성전자 임원과 결탁해 부정 대출을 받은 사실이 적발돼 관련자를 징계 처리하고 계약을 해지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엔텍 채권자들이 과거에도 무리한 손해배상을 요구해 채권단에 4억5000만 원을 보상하고 합의했는데 2008년부터 터무니없는 피해액을 재차 요구하며 악성 시위를 벌여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농성이 쉽게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평소 고혈압 등 지병을 앓던 농성자 2명은 중간에 귀가했다. 신라호텔 측은 이날 재물손괴 및 업무방해 혐의로 농성자들을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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