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서울 문영여고 3학년 정민주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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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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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포자’ 여고생, 수학에 날개를 달다

서울 문영여고 3학년 정민주 양. 그는 수학익힘책을 7, 8회 반복해 풀면서 고1 1학기 때 5등급이던 수학 성적을 고2 2학기에 2등급까지 끌어올렸다.
서울 문영여고 3학년 정민주 양. 그는 수학익힘책을 7, 8회 반복해 풀면서 고1 1학기 때 5등급이던 수학 성적을 고2 2학기에 2등급까지 끌어올렸다.
앞머리에 검은색 실핀을 꽂은 서울 문영여고 3학년 정민주 양(17)은 평범한 여고생이다.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수다 떨기를 좋아하고 아이돌그룹 JYJ가 너무 멋있어 팬카페에 가입했다. 주말에는 짬을 내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학업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공부도 그랬다. 딱 ‘남들 하는 만큼’만 했다.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중학교 때 성적은 전교 30등 안팎. 하지만 유독 수학만큼은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답답한 마음에 수학시험을 치르던 중 울음을 터뜨린 적도 있었다. 중3 때는 ‘최후의 수단’으로 개인과외도 받아봤지만 수학성적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

‘다른 친구들보다 수학공부를 덜 하는 건 아닌데…. 아마 난 태어날 때부터 수학적 재능이 없었나 보다.’ 정 양은 수학 공부를 포기했다.

○ 공부에 진지해지다

정 양의 고1 1학기 중간·기말고사 수학점수는 56점으로 5등급. 다른 과목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아 고1 1학기 종합 30등을 기록했다. ‘이 정도면 훌륭하지! 수학이야 뭐 원래 못하니까….’ 그는 낮은 수학 점수에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고1 2학기 때 믿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던 국어 성적이 중간·기말고사 평균 82점(4등급)으로 뚝 떨어진 것이 아닌가! 정 양은 난생처음 공부에 위기감을 느끼고 자신의 학습태도를 돌이켜보기 시작했다.

“열심히 하지 않아도 상위권 등수를 유지하다 보니 공부에 게을러진 게 아닐까 하고 반성했어요. 그러다가 문득 ‘수학도 재능이 없는 게 아니라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국어뿐 아니라 수학도 진지하게 공부에 임해보기로 결심했어요.”(정 양)

‘열공(열심히 공부하는 것) 모드’에 돌입한 정 양. 기본실력이 갖춰져 있던 국어는 크게 어렵지 않았지만 문제는 역시나 수학이었다. 교과서를 들여다봐도 이해가 되지 않았고 문제집을 펼쳐도 풀 수 있는 문제가 없었다. 고1 겨울방학 때 잠시 학원에 다녀보기도 했지만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 수학익힘책을 여덟 번 풀다

어느 날 수학선생님이 성적이 크게 오른 이유로 신문기사에 소개된 한 학생의 수학공부법을 수업시간에 소개했다. 그 수학공부법에는 특별한 비밀이 숨겨져 있지 않았다. 단지 교과서를 여러 번 반복해 풀었을 뿐.

‘과연 그것만으로 수학 점수가 오를까?’ 정 양은 이 방법을 반신반의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수학교과서와 수학익힘책을 펼쳐 한 문제, 한 문제를 꼼꼼히 풀기 시작했다.

쉽지 않았다. 한 문제를 푸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는 탓에 몇 문제를 풀지 못한 채 하루가 훌쩍 지나갔다. ‘여기서 포기하면 평생 수학을 이길 수 없다!’ 마음을 독하게 먹고 수학 공부에 더욱 매진했다. 문제를 풀고 틀린 문제는 다시 한 번 풀어보고 그래도 틀렸을 경우 해답지를 보며 풀이방법을 익혔다. 그렇게 수학익힘책에 나온 모든 문제를 7, 8차례씩 반복해 풀었을 때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한 문제를 푸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점점 빨라졌어요. 문제를 보자마자 ‘아, 이건 이렇게 해결해야 해’ 하고 풀이법이 퍼뜩 떠오르는 경우도 생겼죠. 수학에 흥미가 생기고 자신감이 붙었어요.”(정 양)

정 양의 성적은 고2 1학기 중간·기말고사를 종합해 전교 16등으로 올랐다. 특히 수학은 76점(3등급)으로 무려 20점 가까이 상승했다.

만족하지 않았다. 점수가 오르기 시작하니 공부가 재미있어지고 성적에 더욱 욕심이 났다. 꾸준히 수학교과서와 수학익힘책을 반복해서 풀었다. 고2 2학기 중간고사에서는 처음으로 전교 10등 안에 들었다. 고2 2학기 중간·기말고사 수학 종합성적도 2등급으로 한 단계 더 올랐다. 얼마 전 치른 서울시교육청 주관 3월 모의고사에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수학 1등급을 받았다.

정 양의 꿈은 정치가이다.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을 돕는 사회복지 정책을 실현시키고 싶다.

“한비야처럼 끊임없이 한계에 도전하고 가진 것을 약자에게 베푸는 ‘여성 리더’가 되고 싶어요. 가끔씩 한비야의 인터뷰와 저서 ‘그건 사랑이었네’를 읽으며 미래의 제 모습을 그려요.”

※‘우리학교 공부스타’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중하위권에 머물다가 자신만의 학습 노하우를 통해 상위권으로 도약한 학생들을 추천해 주십시오. 연락처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 02-362-5108

글·사진=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함승연 인턴기자 argu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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