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15… 맞벌이 실질소득 외벌이의 1.15배 그쳐

  • 동아일보

가사 도우미-외식 비용 등에 지출 많아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여성 김모 씨(36)는 5년째 맞벌이를 하고 있다. 돌잡이 아이를 돌보는 일과 가사를 입주 도우미에게 맡긴 그는 매달 300만 원을 받아 가사 도우미에게 150만 원을 준다. 여기에 외식비, 용돈을 빼고 나면 손에 쥐는 건 100만 원이 채 안 된다.

김 씨는 “야근과 저녁 약속이 잦아 가사 도우미와 친정어머니의 손을 빌리지 않으면 집안일은 물론이고 아이 돌보기도 어려운 형편인데 그렇다고 경제적으로 썩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어서 언제까지 맞벌이를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푸념했다.

가사노동 비용을 고려하면 맞벌이 가구의 실질소득이 외벌이의 1.15배에 그친다는 민간경제연구소의 분석이 나왔다. 긴 근로시간 탓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집안일과 육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잖은 돈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이지선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25일 ‘한국 맞벌이, 가사노동 시간이 부족하다’는 보고서에서 가사노동의 가치를 고려하면 맞벌이 가구의 실질소득은 부부 중 한 명이 홀로 버는 외벌이보다 15% 정도 많은 데 그쳤다고 밝혔다. 반면에 가사노동 손실이 작은 미국은 맞벌이 부부의 소득이 외벌이보다 47% 많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맞벌이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96만 원으로, 외벌이 가구(370만 원)보다 126만 원(34%) 많았다. 하지만 가사노동 비용을 고려하면 격차는 15%로 줄어든다.

맞벌이 가구가 집안일에 투입하는 노동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월 평균 91만 원인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한 달 평균 161만 원에 해당하는 노동력을 가사에 투입하는 외벌이 가구보다 70만 원 적은 것이다. 이에 따라 맞벌이 가구는 부족한 가사노동을 대체하기 위해 외식과 가사서비스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현재 맞벌이 가구는 외벌이보다 외식비를 한 달 평균 9만 원 더 지출했다. 맞벌이 가구의 가사 서비스 지출은 외벌이의 5.2배로 조사됐다. 육아 도우미 고용비용은 통계청에서 집계하지 않지만 맞벌이와 외벌이 가구의 실질소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맞벌이 가구의 실질소득 감소는 노동시간이 길고 여성 임금이 낮은 한국 노동시장의 특수성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2009년 현재 한국의 맞벌이 주부는 하루 평균 회사 일에 6시간, 집안일에 3.7시간을 썼다. 반면에 일본 맞벌이 주부는 회사 일에 5.3시간, 집안일에 4.8시간을 투입했고, 미국은 각각 5.1시간, 4.5시간으로 집안일 비중이 이보다 더 컸다. 같은 해 여성 정규직 평균임금은 156만 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남녀 임금격차가 가장 클 정도다.

이 연구원은 “시간제 근로,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유연근로제도 등처럼 가사노동을 병행할 수 있는 탄력적 근무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기업#맞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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