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의 국립대 구조개혁에 반대하는 전국 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국교련)가 이주호 장관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벌이면서 행정조교들을 동원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립대 조교는 계약직 공무원 신분이라서 정치적 활동을 금지한 공무원 복무규정에 위배되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교련은 19∼22일 전국 38개 국공립대에서 이 장관에 대한 불신임 여부를 묻는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 대상자인 국공립대 교수 1만4000여 명 중 50%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 과반수가 찬성하면 장관 불신임안이 가결된다. 이 투표의 법적 근거와 효력은 없다.
결과는 아직까지 발표하지 않았지만 대부분 대학에서 90% 안팎의 찬성표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교련은 4월 총선이 끝난 뒤 새 국회가 들어서면 투표결과를 근거로 이 장관 퇴진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국교련이 투표에 앞서 대학별 교수회에 보낸 e메일에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학과 조교들을 동원하라는 지시가 담겨 있다. 교수에게 투표용지를 담은 봉투를 전달하고 회수하는 역할을 조교에게 맡기라는 내용이다. 국교련은 “조교들을 독려해 투표봉투의 배부와 회수가 빠짐없이 신속히 이뤄지도록 하라”고 했다.
복수의 국립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같은 지시는 실제 이행됐다. A대 본부 관계자는 “조교들이 투표지 전달, 회수를 맡는다는 사실을 투표 이틀째에야 알고 교수회에 중단을 요청했다. 교수는 정치적 행동을 할 수 있지만 계약직 공무원인 조교가 투표 사무에 관여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B대 관계자는 “조교들에게 일괄적으로 e메일을 보내 선거인명부 작성과 투표용지 배부 등의 사무를 보도록 했다”고 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파악한 결과를 보면 정상적으로 투표를 한 대학 중에는 투표율이 50%에 미치지 못하는 곳도 있다”며 “투표율이 90%에 이르는 곳은 비정상적으로 조교를 동원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교과부 관계자는 “민주화를 외치는 국교련이 투표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았다. 절차에 정당성이 없기 때문에 결과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교련 관계자는 “조교가 동원된 대학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투표는 선거처럼 엄격한 절차라기보다는 교수들의 의견을 묻는 여론조사의 성격인데 교과부가 지나치게 과민반응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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