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기초생활보장수급자였던 김영견 씨(오른쪽)와 정기모 씨가 자활공동체 사업장 ‘러브인테리어’를 통해 자립한 뒤 집수리 무료봉사로 행복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부산 서구 제공
“별로 가진 건 없지만 아낌없이 나누고 도울 생각입니다.” 두 사람은 외환위기로 회사가 부도를 맞으면서 직장을 잃었다. 가정이 깨지는 아픔도 겪었다. 살아갈 방법을 찾아 나섰으나 카드빚 상환과 생활비를 마련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2000년 말 기초생활보장수급자가 됐다.
부산 서구 암남동 김영견 씨(58)와 서대신1동 정기모 씨(54). 동병상련인 이들이 5년 만에 기초수급자에서 벗어나 ‘작지만 따뜻한’ 행복메시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기초수급자가 된 이들은 2001년 보건복지부와 부산시에서 공동으로 시행하는 자활사업 ‘집 수리단’에 참여했다. 지붕 개량, 보일러 및 정화조 수리, 부엌 수선, 출입문 설치, 도배 등 집을 고치거나 수리하는 작업이면 무엇이든 했다. 한 달에 70만 원 정도 벌 수 있었다. 6년간 열심히 배우고 성실히 일했다. 처음에는 집 수리단에 6명이 참여했으나 김 씨와 정 씨만 끝까지 버텨냈다.
그러나 한창 일할 나이에 도움만 받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그동안 배운 기술을 사업으로 연결해 직접 개척해 보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의형제가 된 두 사람이 마음을 합쳤다.
김 씨와 정 씨는 2006년 자활공동체 ‘러브인테리어’란 상호로 공동사업자등록을 했다. 시로부터 자활기금 4000만 원을 받아 서구 서대신동에 60m²(약 20평)짜리 사무실도 얻었다. 각종 공구와 페인트, 창호, 형광등, 장판, 도배지도 구입했다. 이동차량은 구 지역자활센터로부터 지원받았다.
처음에는 자재구입비 정도만 건져도 괜찮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솜씨가 야무지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집수리 계약과 주문이 늘어나면서 사업을 시작한 지 6년 만인 지난해까지 매출액 1억5000만 원을 기록했다. 올해 초 마침내 기초수급자에서 벗어났다. 임차료로 받은 시 자활기금 4000만 원도 이달 19일 상환했다.
이들은 집을 고치면서 자신들보다 더 어려운 이웃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수익금 일부와 자신들 기술로 집수리 무료봉사를 하기로 했다. 지난달부터 현재까지 자재비만 120만 원 들여 서구 충무동, 남부민동 등 집 4채를 수리했다. 김 씨는 노모를 모시면서 2남 1녀와, 정 씨는 혼자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와 주변의 도움이 없었다면 다시 일어설 수 없었을 것”이라며 “‘러브인테리어’가 행복을 나누는 샘물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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