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염색기술연구소 실험실에서 연구원이 슈퍼섬유 기능 강화 테스트를 하고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대구 북구 노원동 ㈜비에스지는 최근 최첨단 전투복 개발에 성공했다. 적외선 야간 관측 장비에 노출되지 않는 위장 기능에다 뜨거운 열에도 견딜 수 있다. 화약 폭발 같은 외부 충격에서 신체를 보호하는 효과도 있다. 2010년 3월부터 차세대 국방섬유 개발사업의 하나로 추진된 이 전투복은 섬유업체와 연구기관이 2년 동안 협력해 만든 작품이다. 제직은 ㈜대한방직, 염색은 한국염색기술연구소와 ㈜삼광염직, 디자인과 봉제는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이 맡아 정성을 쏟았다. 국방기술품질원은 당장 상용화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평가했다. 비에스지 기술연구소 관계자는 “슈퍼섬유, 마법의 섬유로 유명한 아라미드 소재로 만들어 성능이 뛰어난 것”이라며 “소방복 전투경찰복 비행복 천막 침낭 같은 응용제품 생산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구에서 고강도 고탄성을 갖춘 슈퍼섬유 개발이 활발하다. 원사(실)를 뽑아내는 원천 기술은 아직 부족하지만 첨단 기술과 결합한 응용 신제품 개발은 일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의류용 고기능 원단 개발에만 집중된 지역 섬유 분야 다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일본 등 섬유 강국이 수십 년간 독점하고 있는 슈퍼섬유 분야는 ‘미래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린다. 각국 정부는 기술 유출을 염려해 수출을 할 때는 사용처와 물량 등 관련 정보를 모두 허가받도록 할 정도로 보안에 신경을 쓴다. 국가전략산업으로 분류해 특허까지 관리하는 상황이다.
아라미드 섬유만 해도 원단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개발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5mm 굵기로 2t가량의 자동차를 들어올리며 섭씨 500도가 넘는 열에도 타거나 녹지 않는 장점으로 고성능 타이어 호스 벨트 광케이블 보강재와 방탄복 방탄헬멧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된다. 최근 여객기와 우주선 외장재도 개발됐다.
대구도 최근 들어 슈퍼섬유 개발을 본격화했다. 그동안 kg당 가격이 일반 원사(1000원)보다 25배 이상 비싼 탓에 개발은 꿈도 꾸지 못했다.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수년 동안 안정성 평가 결과를 내놓아야 시장에서 인정해 주는 구조 때문에 중소기업으로서는 연구개발에 뛰어들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염색기술연구소(대구 서구 평리동)를 중심으로 슈퍼섬유 소재와 융합제품화, 원천 연구시설 확충을 위한 소재가공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2014년까지 1404억 원을 들여 슈퍼섬유 연구개발 기반을 갖출 계획이다. 2010년 6월부터 지역 중소기업과 연구소 등 60여 곳이 참여한 1단계 사업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자동차 내장재와 지진에 강한 건축자재 같은 융합제품 8개를 개발했다. 아라미드 계열 소재 2개도 개발하고 있다. 종이처럼 얇은 아라미드를 압력에 잘 견디는 벌집구조 같은 여러 형태로 만들어 건축물에 활용토록 할 계획이다. 박성민 한국염색기술연구소 소재개발본부장은 “원사를 어떻게 뽑느냐에 따라 슈퍼섬유 제품 다양화에 성공할 수 있다”며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시장만이라도 지켜낼 수 있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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