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 기획입국, 박근혜 측서 요청”… ‘나꼼수’ 방송에서 김씨 육성 공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2일 03시 00분


접촉인물 거론 이혜훈 의원 “김씨와 만난적 전혀없다”

BBK 주가조작 사건으로 2007년 대선정국을 뜨겁게 달군 김경준 씨가 미국에 있던 자신을 기획입국시키려고 한 것은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선경선 후보의 측근인 이혜훈 의원(서울 서초갑·재선)이었다고 말한 사실이 ‘나는 꼼수다’(나꼼수)에 의해 11일 공개됐다. 그간 정치권에서 이 의원이 김 씨의 기획입국을 주도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을 김 씨가 직접 확인해준 것이다.

나꼼수는 이날 방송한 ‘봉주 8회’에서 김 씨의 육성 녹음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김 씨는 녹음에서 “기획입국과 관련해서 처음에는 박근혜 쪽에서 와서 협상하자고 했어요. 빨리 오라는 거예요. 이혜훈 의원이… 그런데 검찰이 그걸 다 알고도 관심이 없어 하더라고요”라고 했다. 이 의원은 당시 박근혜 후보캠프에서 대변인을 맡았으며 현재까지 친박계 핵심인사로 꼽힌다. 나꼼수는 김 씨의 육성 녹음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비밀”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당시 김 씨는 미국 감옥에 수감돼 있었고, 미국 수감 규정에는 가족이나 변호사 외에는 면회가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다. 내가 김 씨를 접촉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나꼼수는 김 씨를 여러 차례 면회한 유원일 전 의원의 인터뷰를 통해 김 씨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유 전 의원도 인터뷰에서 “(김경준이) 편지에서 ‘검찰은 한나라당 쪽 입국 개입엔 전혀 관심이 없다고 화까지 내면서 민주당 쪽 인사들을 대라고 압박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씨의 누나 에리카 김(김미혜·48) 씨는 지난해 3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에서 진행된 수사를 받기 위해 귀국해 검찰에서 “2007년 대선 직전 통합민주당 손모 씨가 나를 찾아와 ‘귀국해서 선거를 도와 달라. 이명박 후보에게 불리한 증언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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