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악화에… 강정마을 공사장 발파-해상 준설 하루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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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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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t급 공사용 바지선에 어선 3척 받혀 2척 침몰도
공사장 무단 침입 2명 구속

10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강정항에서 시위대 10여 명이 잠수복과 구명조끼를 입은 채 바다로 뛰어들어 건설현장 침입을 시도하다 해경으로부터 저지당하고 있다. 서귀포=이훈구 기자 ufo@donga.com
10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강정항에서 시위대 10여 명이 잠수복과 구명조끼를 입은 채 바다로 뛰어들어 건설현장 침입을 시도하다 해경으로부터 저지당하고 있다. 서귀포=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 해군기지) 공사장 발파작업이 강풍으로 11일 하루 중단됐다. 해상에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초속 16m(최대 풍속)의 강한 바람이 부는 등 기상이 악화돼 발파작업을 진행하기 어려웠다.

서귀포시 앞바다에는 2∼4m의 높은 파도가 일면서 해상에서 이뤄지던 준설작업도 중단됐다. 해군 관계자는 “발파와 준설작업을 멈추고 육상에서 깨진 바위와 흙을 고르는 평탄 작업을 했다”며 “기상이 호전되면 12일부터 발파작업을 재개한다”고 말했다.

강풍 탓에 공사 장비가 어선을 침몰시키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2시 10분 공사를 위해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항에 정박 중이던 2만 t급 바지선이 육상 쪽으로 이동하다 강풍에 떠밀려 정박 중인 어선 3척을 들이받아 한성호(3.3t), 금성호(5.2t) 등 2척을 침몰시켰다. 이 바지선은 방파제를 구성하는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인 케이슨을 제작하고 옮기는 데 쓰인다.

이에 앞서 해군기지 반대단체 등 100여 명은 10일 제주해군기지사업단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해군기지 백지화와 발파 중단을 요구했다. 10여 명은 이날 오후 5시 구명조끼와 잠수복을 착용하고 공사장 해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강정포구로 뛰어들었다. 해상에서 시위를 벌인 이들은 대부분 외부에서 들어온 단체 소속 회원이거나 ‘개인 활동가’로 알려졌다.

주요 외부단체 참가자는 보수단체가 ‘종북좌파’로 규정한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10여 명, ‘개척자들’과 ‘생명평화결사’ 각각 4∼6명 등인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반전활동을 벌이는 외국인 4명도 반대단체와 연계해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암반 발파작업으로 해군기지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자 육지에서 50여 명이 추가로 들어왔다. 이들 단체 외에 소속이 불분명한 10여 명도 반대운동 중이다. 이들은 미디어팀을 꾸려 강정마을 반대운동을 실시간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카페에 올리고 있다.

강정마을의 한 주민은 “외부 단체 회원들이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마을 자체가 사라지고 미군의 하수인으로 전락해 양공주가 양산된다’며 주민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줬다”며 “단체별로 이해관계가 다르지만 반대시위 때는 똘똘 뭉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 서귀포경찰서는 11일 제주 해군기지 공사현장의 울타리를 부수고 무단 침입한 이정훈 목사(53)와 김정욱 신부(50) 등 성직자 2명을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9일 오전 10시경 해군기지 공사현장 서쪽 높이 6m가량의 울타리 밑부분을 절단기로 뚫은 뒤 공사장 내 해안으로 진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과 함께 경찰에 연행된 27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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