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송 귀막더니… 강정마을 달려간 일부 종교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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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협-조계종 화쟁위, 가톨릭 정의구현사제단 해군기지 반대 잇단 성명
생명 걸린 북송 문제엔 침묵… 교계 “일부 위원회의 입장, 전체 뜻으로 확대해석 말라”

11일 제주 강정마을 공사 현장 진입로에 모인 공사 반대 신부들과 가톨릭 신자들이 일요일을 맞아 미사를 진행하고 있다. 해군기지 반대에는 적극 참여하고 탈북자의 강제 북송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종교계 일각의 행태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서귀포=이훈구 기자 ufo@donga.com
11일 제주 강정마을 공사 현장 진입로에 모인 공사 반대 신부들과 가톨릭 신자들이 일요일을 맞아 미사를 진행하고 있다. 해군기지 반대에는 적극 참여하고 탈북자의 강제 북송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종교계 일각의 행태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서귀포=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해 강정마을에 달려가면서 탈북자 강제 북송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는 종교계 일각의 행태에 대해 비판이 일고 있다.

최근 일부 종교단체는 해군기지와 관련해 잇달아 성명을 발표하고 시위에 참여하는 등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개신교단 협의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8일 성명을 내고 “구럼비를 발파한 것은 현 정부가 국민의 절규를 무시한 것이고 민주주의를 짓밟은 처사”라고 주장했다.

가톨릭에서는 정의구현전국사제단(정구사)과 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정평위)가 2007년부터 해군기지 반대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정구사 소속 신부들이 지속적으로 반대 미사와 집회에 참여하고 있으며, 정평위는 8일 “구럼비 바위 발파 작업을 폭력적으로 개시한 것을 강력히 규탄하고 즉각적인 공사 중지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도 같은 날 “정부가 거센 반대와 간절한 호소를 뿌리치면서 발파를 강행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심각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단체들은 탈북자의 북송과 관련해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11일 현재 화쟁위는 “탈북자들이 찾아와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지만 국내 현안에 치중하고 있어 다루기 어렵다”, NCCK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정평위가 최근 성명에서 “최근 탈북자의 강제 북송을 반대하는 목소리에 지지를 보낸다”고 언급한 것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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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인권을 최우선 가치의 하나로 표방했던 NCCK는 북송과 관련해 견해를 밝히지 않고 있어 개신교 내에서도 이중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선거 시비로 갈등 중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북송 반대 집회를 개최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개신교 원로이자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인 김명혁 목사는 “그동안 종교계에서는 인도적인 이유를 들어 남북 간의 정치적 대치 상태에 관계없이 우선 북한 동포를 돕자고 주장해왔다”면서 “탈북자의 송환은 생명의 문제이기 때문에 교회가 명확하게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견 목회자 모임인 미래목회포럼의 대표인 정성진 목사도 “종교계가 진행하고 있는 대북 교류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북한의 눈치를 보는 것은 곤란하다”면서 “개별 교회가 어렵다면 NCCK라도 탈북자의 북송을 막기 위해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했다.

가톨릭 내에서는 주교회의 산하 위원회인 정평위의 성명이 한국 가톨릭교회를 대변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대교구 홍보국장인 허영엽 신부는 “4대강 때 주교단 성명을 둘러싼 논란 때처럼 주교단의 결정이 있다고 해도 이를 해석, 집행하는 것은 교구장의 절대적 권한이기 때문에 이를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50대 한 중견 신부는 “국책사업과 관련해 추진하는 쪽과 반대편이 항상 대치 국면으로 가는 상태가 매우 안타깝다”며 “생명이 걸린 북송 문제에 관해서는 소극적이고, 국내 현안에 사력을 다하는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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